[한·중·일 신삼국지-북·중 경협 최일선 ‘동북3성’] 단둥 세관엔 對北 무역업자들 북적

입력 2010-12-08 16:21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변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북·중 물동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무역창구인 단둥은 지금 개발붐이 한창이다. 중국 각 지역은 물론 홍콩 등 외국에서까지 투자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북한이 자유무역지구로 개발하기 위해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중국이 투자의사를 보이는 황금평과 위화도가 최대 관심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의지와 한반도 정세 악화로 신(新)압록강대교 건설이 지연되는 등 변수도 적지 않다.

◇한반도 정세 아랑곳 않는 북·중 최대 경협창구=지난 3일 오전 압록강 대교 및 철교와 연결돼 있는 단둥세관. 이곳엔 대형 여행가방과 보따리를 든 대북 무역업자와 북한 무역상으로 북적였다. 시간대별로 일방통행만 가능한 압록강대교에도 북한에서 몰려드는 트럭이 줄을 이었다. 북한의 수산물을 수입한다는 한 조선족 대북 사업가는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오히려 북한의 대중 의존도가 커져 더 활발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둥 시내에서 압록강 하류를 따라 승용차로 남동 방향으로 20여분 달리자 개발이 한창인 단둥 랑터우(浪頭) 신개발구가 한눈에 들어왔다. 중국 당국은 이곳을 동북지역의 첨단산업·연구개발(R&D)·금융·물류 중심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랴오닝 연해경제벨트 개발의 일환이다. 중국 내륙은 물론 싱가포르와 홍콩, 마카오 등 중화권 기업이 대거 몰려 투자에 나서면서 곳곳에서 대형 공사가 한창이다. 특히 이곳 압록강변에 중국과 북한이 합의한 신압록강대교가 건설될 경우 개발은 더욱 활성화될 거라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하지만 북·중 양측 간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신압록강대교 건설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실제로 신압록강대교가 건설될 부지엔 기반조성 등 어떤 작업도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신압록강대교 건설에 합의, 당초 지난 8월 착공에 나설 예정이었다.

◇들썩이는 위화도와 황금평=단둥시내 중심에서 남동쪽으로 30여분 가면 압록강 건너편으로 각각 북한 위화도와 황금평이 보인다. 위화도는 압록강변 중국 쪽에서 500여m 떨어져 있다. 하지만 황금평은 압록강 하류 쪽의 경우 중국과 육지로 직접 연결돼 있어 이중 철조망이 설치돼 있고, 경비도 삼엄했다.

북한은 현재 자본과 개발능력이 없는 만큼 이 두 곳을 중국에 먼저 자유무역지구로 개방한 후 신의주의 경제개발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에 대한 임대개발권을 확보한 랴오닝성과 단둥시 정부는 조만간 중국 민영기업을 선정해 이 기업이 직접 투자유치 등 개발권을 행사하도록 할 계획이다. 유엔의 대북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방 정부가 대북 투자에 직접 나서기 어려워서다.

북한은 올해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당시 황금평과 위화도 지역에 약 50㎢ 규모를 자유무역지구로 지정하고,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정부 측에 50년 임대개발권을 부여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이곳에 대한 중국기업들의 투자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투자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 계약기간을 100년으로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위화도, 황금평 개발은 10여년 전부터 계속 얘기가 나온 것으로 북한이 실질적인 의지를 표명하고 적극 개방에 나서지 않는 한 개발이 진전되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더 많은 걸 보여주지 않는 한 투자자들은 위험 부담에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평도 포격 사건이 가라앉고 남북관계 호전에 따라 북한이 우호적인 국제관계를 가질 때 본격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둥=글·사진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