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샌지, 英서 자진출두 후 구속… 치안법정, 도주 우려 보석 신청 기각
입력 2010-12-08 01:50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39)가 7일 오전(현지시간) 영국에서 체포됐다. 이에 따라 잇단 미국 정부 비밀문서 공개를 통해 전 세계 외교가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어샌지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진다.
◇영국서 자진출두=어샌지는 오전 9시30분쯤 런던시경에 자진 출두했다고 BBC방송 등 외신이 전했다. 경찰과 사전에 출두 시간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경찰은 스웨덴 사법당국이 어샌지에 대해 2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발부한 체포영장을 이날 집행했다.
어샌지는 이날 오후 런던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에 출석했다. 영국 남부지역에서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어샌지가 자진 출두 형식을 취한 건 보석신청을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보석은 거부됐다. 법원은 “그가 보석될 경우 다음 재판 절차에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유를 설명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어샌지는 스웨덴 송환과 관련 구속재판을 받게 됐다. 어샌지를 스웨덴으로 넘기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BBC방송은 전했다. CNN방송은 21일 안에 신병 인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스웨덴 사법당국은 지난달 유럽연합(EU) 국가에서 유효한 체포영장을 발부해 영국 경찰에 전달했다. 지난달 30일엔 인터폴에 위치 파악과 범인인도가 가능한 ‘적색경보’를 요청했다. 어샌지가 올 8월 1건의 강간과 2건의 성희롱 등을 저질렀다는 게 스웨덴 사법 당국의 주장이다.
◇어샌지의 대응은=어샌지는 그동안 “이들 여성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며 성폭행 혐의를 강력 부인해 왔다. 그러면서 스웨덴의 체포영장 발부는 미국의 배후조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변호인 마크 스틴븐스는 두 여성이 자신의 성관계 상대가 어샌지인 것을 알고 나서야 강간 혐의로 고소했다고 주장했었다. AP통신도 두 여성이 성관계 뒤 6일이 지나서야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경찰에 자진 출두함으로써 불명예를 씻겠다는 어샌지는 이미 10만~20만 유로(약 1억5000만원~3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보석금을 지원해줄 후견인과 6명의 보증인을 확보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위키리크스 측은 어샌지의 신병이 스웨덴으로 인도될 경우 그의 국가기밀 공개 행위에 대해 간첩죄 적용을 검토 중인 미국으로 압송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스웨덴으로의 이송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어샌지는 최근의 미 국무부 외교 전문 공개뿐 아니라 앞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민간인 살상 행위를 차례로 폭로해 미국을 경악시켰다.
위키리크스 대변인은 이날 “어샌지 체포는 언론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며 “그를 체포하더라도 외교문건 공개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어샌지는 자신이 체포되거나 웹사이트가 불능화되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비밀문서를 포함한 ‘최후의 심판 파일(doomsday files)’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파일은 이미 전 세계에 유포된 상태로 위키리크스는 유사시 파일의 암호를 공개해 관련 내용을 터뜨릴 계획이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