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안 정면 충돌… 의원들 거친 몸싸움… 본회의장 의장석 밤샘 대치

입력 2010-12-08 01:48

국회는 7일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나라당이 예산안 강행 처리 의사를 밝히면서 여야 모두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국회의장석을 점거하면서 예산안 처리는 올해도 파행을 겪게 됐다.

오후 8시30분쯤부터 민주당과 민노당 당직자와 보좌진이 ‘4대강 예산 반대’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본회의장과 예결위 회의장 출입문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한나라당 당직자와 보좌진도 속속 중앙홀로 모여들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9시30분쯤에는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회의실 문을 걸어 잠근 채 한나라당 단독으로 92개 법안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는 민주당 의원 및 보좌진과 한나라당 측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1시간여 소강상태를 보이던 여야 대치는 10시40분쯤 본격화됐다. 중앙홀에서 국회의장실로 향하는 통로를 확보한 한나라당 측이 의자와 책상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쌓자 민주당 측이 달려들어 몸싸움이 벌어졌다. 욕설과 고성이 오가다 한쪽 유리문이 깨지면서 유리 파편 위로 넘어진 일부 보좌진 등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들은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는 왼쪽 출입문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한나라당 의원 및 보좌진, 국회 경위들이 막아서며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그 사이 민주당은 오른쪽 출입문을 확보해 11시10분쯤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유리문을 깨Em리고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미리 들어가 있던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을 제압하고 국회의장석과 단상을 점거했다.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정의화 부의장실 쪽 출입문을 통해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 의장석 및 단상 주변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20여분간 거친 몸싸움을 벌였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팔을 걷은 채 야당 의원과 멱살잡이를 했고, 충돌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의 손톱이 부러지거나 찰과상을 입기도 했다. 이후 양측은 보좌진으로부터 담요를 건네받아 밤샘 대치에 대비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오전과 오후 잇따라 국회의장실에서 회동했지만 의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여당은 강행 처리를 공언하고 있지만 부담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날치기 처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민주당이 실력 저지에 나선 상황이어서 직권상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원만한 여야 관계를 강조해 왔던 박희태 국회의장이 선뜻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박 의장이 직권상정에 동의한다 해도 명분을 축적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9일 예산안 처리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승훈 유성열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