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자도 안고친다 해놓고…” 여야 의원들, 한·미 FTA 협상 과정 한목소리 질타
입력 2010-12-08 01:54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둘러싸고 ‘퍼주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7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으로부터 긴급 현안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협상 과정 등을 질타했다. 먼저 ‘(협정문에서) 한 자도 고치지 않겠다’던 정부가 재협상한 것을 문제 삼았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솔직히 바보가 된 기분”이라며 “이렇게 국민에게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김 본부장은 “그간의 상황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추가협상 결과를 말씀드리게 된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운요호’ 사건을 계기로 1876년 조선과 일본이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굴욕적인 역사를 언급하며 “왜 조지워싱턴호가 서해에 와 있던 시기를 선택했느냐”고 따졌다. 김 본부장은 “내년에 미국 의회가 바뀌어서 12월 초까지가 좋다고 생각했다”며 “협상을 하는 동안 연평도, 미국 쪽 군사지원 이런 것은 제 머릿속에 없었다”고 답변했다.
같은 당 김동철 의원은 “한·미 연합훈련으로 미국 요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을 것이고 그 결과 퍼주기식 협상이 체결됐다”며 “한국 외교사의 치욕으로 기록될 것이고 이를 그대로 두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이익 균형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며 “미국은 협상 중 끊임없이 의원들에게 보고하며 의회를 존중했지만 우리는 그런 노력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자동차와 쇠고기 부문에서 서로 양보하자는 데 잠정 합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미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미 자동차업계를 위해 한국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의회에 비준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 대통령에게 분명히 밝혔다는 것이다.
김나래 김영석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