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대째 쌀밥·고깃국 타령하는 북한
입력 2010-12-07 17:57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이 지난달 초 평양에서 열린 한 경제관련 회의에서 “3년 내에 경제를 1960, 70년대 수준으로 회복시켜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사는 생활수준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다. 쌀밥(이밥)에 고깃국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1950년대 말 ‘인민’들에게 했던 공약이다.
김정은이 50여년 전 할아버지의 정책 목표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북한의 민생 경제가 얼마나 피폐해 있는지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주민 생활에 관한 한 50년 동안 전혀 나아진 게 없다는 뜻이다. 1960, 70년대 수준으로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라니 할 말을 잃게 한다. 21세기 국가 지도자가 부끄러워서라도 하기 힘든 발언이다.
실제로 북한의 식량난은 심각하다. 농촌경제연구원 등은 올해 100만t 이상의 곡물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곡물 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제사회의 지원도 거의 끊어져 버렸다. 주민들은 굶주림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에너지 섭취량은 아시아 20개국 중 가장 낮고, 5세 미만 유아 사망률은 가장 높다. 고깃국은 꿈에서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음식이다.
북한 경제가 피폐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호전적 선군정치(先軍政治) 신봉이다. 주민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핵 개발과 군사력 증강에 힘을 기울여 온 결과다. 주민들이 굶어 죽어나가는데도 100만t 이상의 군량미를 비축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핵 개발을 포기할 경우 서방 세계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텐데도 북한 위정자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남한에 대해서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 같은 적대적 행위를 하고 있으니 도움 받을 길이 막혀버렸다. 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리고 대남 도발을 단념하지 않는 한 국제적으로 고립될 수밖에 없고, 주민들에게 쌀밥과 고깃국을 먹일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