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전문지 통해 작가들 공개 비판한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 “출판계·작가 발등 찍는 결과 부를 수도…”
입력 2010-12-07 19:06
“출판은 2∼3년 만에 후다닥 짓고 허무는 건물이 아닙니다. 한번 세워지면 적어도 수십년은 이어지는 문화산업이에요. 이런 중대한 문제를 출판사와 서점, 독자, 작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하는데 인기 작가들이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안타깝습니다.”
김흥식(53·사진) 서해문집 대표는 7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기 작가의 전자책이 특정 온라인서점에 독점 공급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김 대표는 앞서 지난 5일 발간된 출판전문 격주간지 ‘기획회의’ 최신호에 실린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황석영, 신경숙, 김훈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작가님들께’라는 제목의 글에서 “헐값 독점 공급은 전자책의 활성화보다는 오히려 전자책의 공멸과 그로 인한 출판시장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온라인서점인 인터파크도서가 지난달 2일부터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김훈의 ‘남한산성’, 최인호의 ‘산중일기’,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 등 5종의 전자책을 종이책 정가보다 40∼60% 싼 가격에 단독 판매하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는 기고에서 통신환경의 급변으로 붕괴 위기에 내몰린 음반시장을 예로 들며 “선생님들의 결정은 독자들에게 전자책의 공정한 가격이 얼마인지에 관한 초기 단계의 기준을 제공하는 데 커다란 왜곡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이는 출판계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저자분들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좋은 노래의 작곡, 작사가 신세로 전락시킬지도 모르는 핵폭탄급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인터파크도서가 인기 작가의 전자책을 싸게 판매하는 행위는 아무런 문제가 아닐 수 있겠죠.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결국 출판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비극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스스로 발등을 찍는 셈이지요.”
김 대표는 “좋은 책은 우리에게 물질을 탐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며 “제가 좋은 책을 만드는 일에 삶을 건 것처럼, 선생님들께서도 그 고단한 작가의 길로 들어선 까닭도 제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한데 왜 전자책으로 작품을 묶어 내놓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을 낼 수 없다”고 밝혔다.
인터파크도서 측은 이에 대해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인기 작가와 출판사를 설득해 어렵게 전자책 출간을 이끌어냈다”며
“이번 행사는 독자들에게 ‘전자책도 읽을거리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