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목회자들, 오프라 윈프리를 기독교인으로 믿지 않아

입력 2010-12-07 16:50

미국교회 목회자 80%가 신앙적 승리의 여인이자 토크쇼의 여왕인 오프라 윈프리가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답했다. 미국 기독교 전문 설문조사 기관인 ‘라이프웨이 리서치’는 6일 1000명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치가 등 영향력 있는 인물을 바라보는 목회자들의 견해를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설문은 예시 인물 중 ‘누가 크리스천이라고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예시 인물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오프라 윈프리,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세라 페일린, 대표적 보수 논객 글렌 벡 등이다.

대부분 목회자들은 오프라 윈프리를 크리스천이 아니라고 답했다. 목회자 19%만 윈프리를 기독교인으로 믿는다고 답했는데 이는 많은 미국인들이 윈프리가 토크쇼 등에서 보여줬던 독특한 믿음의 표현과 영성을 미국적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대조를 보인다. 신앙적 관점에서 기록한 오프라 윈프리의 책도 출간된 마당에 이 같은 결과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오프라화 현상(oprahfication)’은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칭한 신조어로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온 출연자들이 자신의 고민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과정 속에서 이뤄지는 치유 현상을 두고 한 말이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표적 기독교잡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는 2002년 윈프리를 ‘영적 지도자’라는 표현을 빌어 “오프라의 교회 속에 그녀는 여사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대부분 여성들인 2200만명의 시청자들은 그녀의 쇼를 통해 회복과 치유를 경험했고 이를 두고 ‘포스트모던 여사제’가 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영적 리더’로 부각된 윈프리는 지난 8월 마르시아 넬슨의 ‘오프라에 따른 복음’(The Gospel According to Oprah)까지 출판되면서 사제 역할에 대한 조명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목회자들 사이에선 그녀는 경계 대상이었다. 올 1월 버지니아주 비엔나에서 열렸던 목회자 콘퍼런스에서 변증가들은 “윈프리는 설득적이며 영향력 있는 일을 많이 하지만 그녀가 영성에 대해 말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증학자로 유명한 조쉬 맥도웰과 데이브 스테레트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오프라의 영성을 채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윈프리의 영성은 범신론적”이라며 “그녀는 하나님은 모든 것이며 모든 것은 하나님이다. 하나님께로 가는 길은 많다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맥도웰 목사는 “윈프리뿐 아니라 많은 미국인들이 기독교적이며 종교적인 용어를 사용하면 기독교인들도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문화가 가진 왜곡된 기독교 문화”라고 꼬집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이같은 목회자들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목회자들은 윈프리 경계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실제 TV 쇼를 통해 평가한 오프라 윈프리는 기독교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라이프웨이 리서치 에드 스테쳐 대표도 “대부분 미국인들이 스스로 기독교인이라 여기고 있으며 오프라화현상을 미국 기독교 영성의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목회자들은 그녀를 기독교인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가들 가운데는 부시 전 대통령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아 75%의 목회자들이 그를 기독교인으로 답했다. 페일린은 66%를 얻었고, 최근 종교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던 오바마 대통령은 가장 낮은 41%의 동의를 얻는데 그쳤다.

설문조사는 지난 10월 7∼14일 전화로 이루어졌으며 응답한 목회자들은 주요 교단 소속 목회자들이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