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을 모셔라… ‘겨울 스포츠’ 생존 위한 몸부림

입력 2010-12-07 17:36


스포츠는 진화한다. 생존을 위해서다. 다른 종목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종목별로도 안간힘을 쓴다. 보다 미디어 친화적이며 관중들에게 어필하는 모습으로 규칙들이 바뀐다. 첨단 마케팅의 여러 기법들이 스포츠에 접목된다. 겨울철 실내 스포츠로 자리 잡은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이들 종목들이 이번 시즌에 진화해온 모습들을 살펴본다.

◇“경기장 밖에서도 승리해야”

지난 달 29일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2010∼2011시즌 출정식. 산뜻한 새 단복으로 차려입은 선수단 앞에서 정태영 구단주는 “경기장내 우승 뿐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우승해야 진정한 승리자”임을 강조했다. 관중과 함께 소통하고 관중을 위해 존재하는 배구단이 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같은 구단주의 뜻에 따라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많은 것을 바꿨다. 천안 홈구장을 관중편의 위주로 보수했고 유니폼 디자인을 모두 교체했다. 새로운 스마트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유니폼에 승리를 상징하는 ‘V’자 모양의 ‘AR(증강현실)코드’를 새겨넣어 선수들과 직접 소통하도록 했다. 선수 유니폼에 새겨진 등번호와 A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애플리케이션이 구동되면서 선수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스마트폰으로 예약, 결제, 발권, 입장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AR코드 도입은 국내 스포츠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같은 앞서가는 마케팅 기법 도입으로 현대캐피탈은 프로출범 후 6년 연속 관중 1위, 프로배구 첫 단일 시즌 9만명 관중을 기록했다.



국군체육부대인 상무 배구단도 일찌감치 스포츠마케팅에 눈을 떴다. 상무는 2008년 8월 46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신협과 네이밍라이트(구단 명칭사용권) 계약을 맺었다. 삼성이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와 맺은 계약과 같은 방식이다. 상무는 ‘신협상무’라는 명칭을 유니폼에 달며 후원사인 신협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대신 신협으로부터 경기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상무와 신협은 지난 8월 계약을 2년간 연장하면서 이번에는 상무를 앞세운 ‘상무신협’으로 팀 명칭을 바꿨다.

◇“한 명의 관중이라도 더”

프로경기에서 관중수와 시청률은 인기를 재는 주요 척도다. 그런 만큼 관중과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방향으로 경기규칙이나 대회 요강을 바꾸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남녀배구 프로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번 2010∼2011시즌을 앞두고 두 가지 대회운영 요강을 바꿨다. 먼저 여자부 경기에 한해 3세트에 용병의 출전을 금지하고 순수 국내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르게 했다.

KOVO의 이같은 조치는 용병의 활약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는 현상을 방지하고 국내 선수에게 출전기회를 더 많이 부여해 한국 여자배구의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다.

또한 여자배구는 남자와 달리 아기자기한 랠리가 흥미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인데 타점높은 용병을 쓰면 남자처럼 한번의 강타에 승부가 나 남자경기와의 차별이 줄어든다. 따라서 KOVO는 장기적으로 ‘용병없는 여자리그’를 염두에 두고 이번 시즌에 이 같은 규정을 도입했다.

실제로 용병의 출전을 제한한 여자부 경기는 훨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여자부 첫 경기인 지난 4일 현대건설-한국인삼공사의 개막전은 현대건설이 용병 케니의 활약으로 먼저 두 세트를 따냈으나 3세트에서는 국내선수끼리의 랠리싸움에서 앞선 한국인삼공사가 한 세트를 따냈다. 국내 미녀 스타들끼리 벌인 한 판 싸움에 관중들이 더욱 환호한 것은 물론이다.

KOVO가 바꾼 또 하나의 요강은 남자부에 준플레이오프를 도입한 것이다. 이제까지 남자부는 2∼3위팀이 플레이오프를 거친 뒤 승리한 팀이 정규리그 우승팀과 챔피언결정전을 갖는 방식이었다. 이번 시즌부터는 3∼4위팀이 준플레이오프를 치른 뒤 2위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한 것이다. 이는 프로야구처럼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한 팀이라도 더 많이 올려 보다 많은 팬들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남자부 7개팀 가운데 4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어서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