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채권단 “확인서 말고 ‘계약서’ 내라”

입력 2010-12-06 18:29

현대건설 채권단은 6일 현대그룹에 “대출 계약서를 제출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인수합병(M&A)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라며 이를 거부해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한 감정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 운영위원회는 이날 “현대그룹이 제출한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의 대출 확인서가 의혹을 해소하기는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운영위는 7일 오전까지 현대그룹이 만족할 만한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최종적으로 주주협의회 의견을 수렴해 5일간의 추가 소명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여 추가 자료 제출 시한은 오는 14일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검토한 결과 대출 확인서에는 나티시스 은행 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은 대출금이며 현대건설 주식과 현대그룹 계열사 주식이 담보로 제공돼 있지 않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채권단은 대출 확인서만으로는 자본금이 33억원에 불과한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이 무담보, 무보증으로 은행에서 1조2000억원을 어떻게 빌렸는지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출 확인서는 또 나티시스 은행이 아닌 이 은행의 손자회사 넥스젠 그룹 임원의 서명으로 작성돼 유효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현대증권 노조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나티시스 은행에서 조달한 1조2000억원이 사실은 넥스젠 캐피털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해명자료에서 “나티시스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은 대출금이고 현대건설의 주식이나 자산이 담보로 제공된 적이 없다”며 “이미 이 같은 사실은 공시를 통해서 밝혔다”고 반박했다.

한편,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함께 나섰다가 참여를 철회한 독일 M+W그룹에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넘기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M+W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 인수를 강력히 희망했으나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돼 이를 거절했고 결국 M+W와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해명했다.

고세욱 최정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