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현지생산 늘려 경쟁력 확보-축산업, 양돈시설 첨단·청정화 부심

입력 2010-12-06 21:10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타결에 따라 자동차 업계와 양돈가, 제약 업계는 이해득실을 따져보며 대응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자동차는 업체마다 온도차=자동차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미국 현지생산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허완 상무는 6일 “미국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됐으므로 현지생산 규모와 투입 차종 등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중장기 계획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45만대를 생산할 예정인 미국 앨라배마공장(현대차)과 조지아공장(기아차)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미 새로 투입한 신차들도 미국에서 호평 받고 있는 만큼 현지 마케팅 전략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GM대우는 미국 차에 붙는 관세가 줄고 세금까지 낮아지면 내수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한국 시장을 두고 모기업인 GM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어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GM의 전기차가 들어올 경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번 충전으로 500㎞를 달릴 수 있는 GM 전기차 ‘시보레 볼트’는 올해 말 미국 6개주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따라서 국내 업계로서는 전기차 본격 양산 시점을 앞당기고 충전 인프라 구축 등 대응책 마련을 놓고 부심하고 있다. 한편 미국 수출 물량이나 현지생산이 없는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며 느긋한 표정이다.

◇수출 재개 노리는 양돈가=한·미 FTA 재협상에서 미국산 냉동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철폐 기한이 2년 연장돼 시간을 벌긴 했지만 국내 8000여 양돈 농가는 시름이 깊다. 한·유럽연합(EU) FTA가 내년 7월 발효되면 값싼 유럽산 돼지고기가 밀려드는 데다 한·미 FTA가 늦어도 2012년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국과의 FTA 체결로 인한 피해액은 10년간 1조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양돈농가들은 어미돼지의 생산능력 증대, 시설 첨단화, 돼지열병(콜레라) 청정화 사업 등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돼지열병 발생 후 2002년 돼지고기 수출이 중단됐으나 지난해 양돈협회 주도하에 민간기구인 돼지열병 박멸대책위원회를 구성, 2015년 돼지열병 청정화 지역을 만들어 돼지고기 수출을 재개할 방침이다.

◇R&D 투자 강화하는 제약업계=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에 따른 이행 의무 유예기간이 협정 발효 후 1년6개월에서 3년으로 연장됨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는 당초 예상됐던 손실액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각 제약 기업들도 나름대로의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신약이 없고 복제약(제네릭) 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 비율을 현 15%에서 다국적 제약 기업과 비슷한 수준인 20% 이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2013년쯤 처음 출시될 당뇨병 치료용 바이오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중외제약은 혁신 신약(세계 최초 WNT 표적 항암제) 개발 및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전(前)임상을 완료하고 미국 식품의약국에 임상시험 허가를 위한 준비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정욱 이명희 민태원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