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도발] 해상 사격훈련으로 다시 긴장감 도는 연평도 “北 어떻게 나올지 너무 불안해…”

입력 2010-12-06 18:20

연평도에 또다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6일부터 연평도와 백령도를 제외한 전 해상에서 사격훈련이 실시됨에 따라 북한의 포격 도발이 다시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연평도 거리엔 주민의 발길이 더욱 뜸해졌다. 이태순(74·여)씨는 “다들 북한이 포를 쏠까 무서워 집에만 박혀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5일 여객선을 타고 섬으로 들어온 이씨는 “사격이 연기돼 섬에 들어왔는데 도무지 무서워서 살 수 없다”며 불안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미 한 차례 포격의 고통을 겪은 주민들은 이번 사격훈련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 초조함을 보였다. 옆집 주민과 함께 김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김연옥(72·여)씨는 “주민을 만나면 온통 무섭다는 얘기밖에 안 한다”며 “사격훈련 때문에 북한이 포를 쏘기라도 하면 우리는 대피소로 뛰다가 결국 죽는 것 아니겠느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연평도 주민 이기옥(49)씨도 “언제든 대피소로 뛰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잠시 빈집을 점검하러 섬에 들어왔다가 기상이 좋지 않아 여객선 운항이 통제됐다는 소식에 불안해하는 주민도 많았다.

구호물품을 받기 위해 연평면사무소를 찾은 김세영(73·여)씨는 “북한이 다시 포를 쏠까봐 걱정은 되지만 오늘 배가 뜨질 않으니 육지로 나갈 수도 없다”며 “남아있는 주민은 대부분 배만 뜨면 섬을 나가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도발의 불안감 속에서도 일상생활에 전념하려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키로 콩에 섞인 톱밥을 고르던 최병후(73)씨는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육지에 나가 살 수는 없지 않느냐. 여기서 살 방법을 마련해 봐야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옆에서 땅에 떨어진 콩을 줍던 강영옥(70·여)씨도 “평생을 연평도에서 살아왔는데 어떻게 떠나느냐”며 “빨리 사격훈련이 마무리돼 섬에서 예전처럼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연평도에는 5일 들어온 41명을 포함해 모두 105명의 주민이 머물고 있다.

연평도=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