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안보, 이대로는 안된다] ④ 국방개혁 제대로 해야 한다

입력 2010-12-06 18:20


국방개혁은 새 정권이 등장할 때마다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그러나 1988년 ‘8·18계획’이 일부 성사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정권마다 거창한 국방개혁을 내걸었지만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방개혁이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정치적 슬로건’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개혁 공감대 형성이 우선=국방개혁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개혁 내용에 대해 군 내에서조차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방개혁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우선 군 안팎의 폭 넓은 공감대가 확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오랜 기간 국방개혁 추진 과정을 지켜본 군의 한 원로는 6일 “군이 개혁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접근 방법은 일반적인 사회 조직을 개혁하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군은 국가안보라는 목표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상명하복의 조직이기 때문에 합리성과 효율성이라는 잣대만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각 정권에서 국방개혁안을 마련할 때 군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군이 매번 개혁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무능하고 부패한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 결과적으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 수뇌부의 개혁 의지 부족도 국방개혁이 미완으로 그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국민과 군 자체의 개혁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지 못함에 따라 국방개혁 추진에 필요한 예산 또한 국회에서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책 일관성 유지돼야=일관성 없는 추진도 국방개혁의 걸림돌이 돼 왔다. 군의 다른 원로는 “전 정권이 수립한 개혁안을 매번 백지화하는 것은 불필요한 자원낭비”라며 “미국이나 프랑스 등의 경우 국방개혁이 시작되면 통상 10여년간 꾸준히 지속된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경우 1982년 시작된 국방개혁이 2010년 현재까지 추진되고 있다. 프랑스는 1995년 국방장관 예하에 설치된 전략위원회가 작성한 장기 개혁안이 2015년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이 원로는 “선진국에서는 개혁 프로그램이 정권이 바뀐다고 중단되거나 내용이 완전히 수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전임 정권이 세워놓은 정책 가운데 계승해야 할 부분은 이어가면서 일관성을 유지해야 개혁이 추진력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새로 들어설 때마다 개혁 내용이 바뀌다 보니 소위 총대를 메고 개혁 과제를 추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군 조직 개편과 병력 및 장성 수 감축은 각 군의 이해관계가 얽혀 내부 저항이 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주요 개혁 과제로 등장했던 사안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대중 정권 때 1·3군 사령부를 통합해 지상작전사령부를 통합하는 안은 결국 시행되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군 내부에서 ‘어차피 현 정권 임기만 버티면 흐지부지될 것이니 적당히 하자’는 분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군 구조 개선 문제를 연구해온 국립대학의 한 교수는 “잦은 개혁 시도와 중단은 마치 항생제 남용처럼 개혁에 저항할 내성만 길러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