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논리에… 올해도 단막극의 안방극장 복귀는 쓸쓸했네
입력 2010-12-06 18:09
단막극은 새로운 소재와 다양한 장르를 실험할 수 있고, 신인 작가를 양성할 수 있는 통로로 미니시리즈나 연속극 등의 밑바탕이 된다. 하지만 높은 제작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은 떨어져 방송사들이 외면해 온 게 사실이다. 몇년 전부터 TV에서 자취를 감췄던 단막극이 올 한 해 안방극장으로 돌아와 관심을 받았다. 단막극의 복귀는 정부의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은 ‘방송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을 통해 올해 단막극 제작에 10억원을 지원했다. 일정 정도 성과는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방송사의 무관심과 예산의 한계 등으로 당초 사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방송계에 따르면 한콘진은 올해 단막극 1회당 5000만원씩 총 16개 작품(20회)을 선정해 제작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이 중
‘4인의 웬수들’ ‘내 아내 네이트리의 첫사랑’ ‘울엄마, 오드리’ ‘내마음의 수선공’ 등 4편은 아예 TV 전파를 타지 못했다. 지상파 방송 3사에서 편성을 받지 못한 것이다. 한콘진 관계자는 “KBS외에는 단막극을 고정 방영하는 방송사가 없다. 제작해도 소화할 창구가 막혀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현재 단막극의 유일한 고정 무대인 KBS ‘드라마스페셜’은 6개월간 총 24편(5편 지원작)을 방영했고, 내년에 다시 시청자를 찾는다. 하지만 MBC와 SBS는 단막극 정기 편성을 꺼리고 있다. MBC는 한콘진으로부터 제작지원을 받은 5편을 지난 추석기간부터 5주 연속 임시 편성한 게 고작이다. 그 이후 단막극은 다시 자취를 감췄다.
한콘진 지원대상 작품이 편성권을 쥐고 있는 방송사의 입맛에 맞게 내용이 바뀐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달 12일 방송된 SBS ‘창사 20주년 특집극-초혼’은 당초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작품이었다. 한콘진으로부터 2회에 걸쳐 제작비 1억원을 지원받은 이 작품은 원래 MBC에서 방영될 예정이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편성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제작사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돈은 이미 받은 상태였고 어떻게든 방송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SBS의 창사특집극 제안을 받아들였다. 내용과 제목, 작가를 교체한 후 ‘초혼’이란 작품으로 다시 만들었다”고 말했다. SBS ‘추석특집극-당신의 천국’도 한콘진 지원작으로 선정된 ‘서브웨이맨’을 작가와 내용을 대폭 바꿔 방영한 경우다. 이처럼 단막극이 명절 특집용으로 둔갑하는 것은 단막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명절용 단막극은 장르와 내용이 가족극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단막극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편당 5000만원인 제작지원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송계에 따르면 단막극 1회 적정 제작비용은 1억5000만 정도다. 제작사가 방송사에서 미술비 명목(방영료)으로 받는 3000만∼5000만원을 합쳐도 실제 제작비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올해 5편의 단막극을 만든 마켓인사이트 관계자는 “1회당 7500만원에 맞춰 만들다보니 기를 쓰고 제작비를 아껴도 인건비를 포함하면 적자가 대부분이다. 단막극은 PPL(제품 간접 광고)도 안되고, 방영료도 높게 못 받기 때문에 제작하면 손해인 구조다”면서 “단막극을 활성화하려면 제작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