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여론 따가워 ‘정치자금법’ 처리 일단 연기
입력 2010-12-06 21:34
정치자금법(이하 정자법) 개정을 위해 잰걸음을 걷던 여야가 갑자기 갈지자 행보를 하고 있다. 일사천리로 통과될 것 같던 정자법 개정안은 6일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결국 처리되지 못했다. 후원금을 더 많이 거둬들이기 위한 법 개정이라거나 청목회 사건을 무마하려는 여야의 야합이라는 비판 여론이 들끓자 정치권이 처리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내용이 어떻기에=개정안의 핵심은 법인(기업)의 정치후원금을 제한적인 범위에서 허용하자는 것이다. 기업 당 연간 2000만원까지, 한 기업이 의원 1인에게 100만원 한도까지 후원금을 낼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다.
이는 기업 소속 소액 후원자들을 양성화하자는 의도다. 하지만 ‘후원금 쪼개기’를 통제할 만한 특별한 장치는 없다. 결국 기업의 후원을 허용함으로써 의원들의 후원금 거둬들이기만 손쉬워졌다는 지적이다. 개별 기업 당 100만원까지 후원을 받을 수 있게 돼 이들의 후원만으로도 한도 금액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액 다수의 자발적 후원금으로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현재 정자법 취지가 희석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당초 개정안에는 기업이 아닌 일반 단체의 경우 총 1억5000만원을 모금할 수 있게 하되 회원들의 이름으로 후원금을 내면 국회의원 1인 당 500만원까지 후원할 수 있도록 했다. 더욱이 기부 내역 공개 시 형사상 면책, 공무원·교사 후원 허용, 중앙당 후원회 허용 등의 내용까지 담고 있었다. 그러나 부정적 여론이 제기되자 여야는 주로 기업 후원 문제만 논의해 의견 접근을 이뤘다.
지난달 26일 공청회 한 번으로 끝낸 의견수렴 과정도 논란이 되면서 시민단체 등에서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고 꼬집었다. 여야가 야합한 채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정자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청목회 사건의 형사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거세지는 비판에 처리 연기=비판이 거세지자 여야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당초 행안위는 이날 개정안을 처리키로 했으나 일정을 미뤘다.
행안위 정치자금제도개선소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여야 의원들과 협의한 후 “법 개정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예산안을 먼저 처리한 뒤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며 “올해 처리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정자법 개정안만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것이나 청목회 수사가 진행 중인데 정자법 개정을 서두르는 것은 지지받기 힘들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이냐 망설이다 조심스레 발의했던 정자법 개정안 처리는 결국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해를 넘기더라도 현재의 개정안 내용을 대폭 손질하지 않으면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승훈 유성열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