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타결, 승부는 지금부터다

입력 2010-12-06 17:5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은 우리에게 기회인 동시에 위기다. 세계 최대 시장을 확보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반대로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에게 우리 시장의 문을 활짝 열었음을 뜻한다. 이제부터 보호장비를 다 떼 내고 그야말로 진검승부에 들어가는 것이다. 아직 국회 비준 절차가 남아 있고 야당의 반대로 진통이 예상되지만, 정부와 산업계는 협정 발효에 철저히 대비해 한·미 FTA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어가야 한다.



우선 정부는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해 한·미 FTA가 가져올 영향과 후폭풍에 대처해야 한다. 협정문에는 이번에 포함된 자동차 분야 세이프가드를 비롯해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소위 ‘독소조항’들이 적지 않다. 세이프가드 경우만 하더라도 미국 자동차업계의 입김을 감안할 때 규정을 확대해석하려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맞서려면 미 업계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탄탄한 대응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이밖에 ‘투자자-국가소송제’ ‘비위반 제소’ 등의 조항도 치밀한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우리에게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업계도 비장한 각오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다른 나라와의 FTA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결국 머지않아 세계는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다. 가격경쟁력이든 품질경쟁력이든 방패막이 없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특히 이번에 혜택을 받은 제약업계는 의약품 허가와 특허 연계 제도 3년 유예를 역량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언제까지 복제약만 만들어 팔 것인가. 자동차업계도 상황을 낙관만 하지 말고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미국 업체들의 전략을 살피면서 국내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일본차의 우회수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협정을 체결할 때는 이해득실을 철저히 따져야 하지만 진짜로 어느 나라가 이익인지는 앞으로 하기에 달렸다. FTA를 통해 자국 경제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나라가 궁극적으로 승자가 되는 것이다. 승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