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염성덕] 왕따를 자초하는 중국

입력 2010-12-06 17:50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의 외교전문을 보면 독불장군 같은 처세로 중국이 사면초가에 직면했음을 알 수 있다. 헌츠먼 대사는 지난 2월 외교전문에서 “힘을 과시하며 공격적으로 변한 외교정책 때문에 중국이 전 세계의 친구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중국이 자기주장을 지나치게 내세워 각국의 분노와 반발을 사고 있다”고 평가했다.

헌츠먼 대사가 유럽·인도·일본·아프리카 외교관들의 발언을 인용한 만큼 중국을 압박하는 나라가 대륙에 골고루 퍼져 있는 셈이다. 가디언은 또 지난 3월 케빈 러드 당시 호주 총리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의 오찬에서 “(중국과) 문제가 생기면 (최후 수단으로) 병력을 배치하는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유아독존의 외교정책은 곤란

중국의 일방적인 외교정책과 처신은 각국의 인내 한계를 넘어섰다. 중국이 얼마나 유아독존의 입장인지는 몇 가지 사례만 봐도 금방 드러난다. 대표적 사례가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 평화상 수상식 참석을 자제해 달라고 각국 사절에게 보낸 중국의 서한. 중국은 “류샤오보를 지원하는 국가에는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경고까지 했다.

그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중국의 열악한 인권과 언론 탄압 문제 등을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각국의 수상식 불참을 요구하는 안하무인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참석 여부는 각국이 알아서 할 일이지, 중국의 간섭을 받을 사안이 아니다. 경고까지 받을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자기보다 국력이 약한 나라를 중국의 자치구 정도로 깔보겠다는 심산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외교무대에서 조직폭력배 두목 같다고나 할까. 중국은 5일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시상식을 알리는 일본 NHK방송의 중국어 보도 화면이 방송되지 않도록 방해 작업도 벌였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치졸함으로 일관한다면 대국이 아니라 소국이란 지적을 면할 수 없다.

중국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비난할 때도 마이동풍이었고, 우리 군인과 민간인을 살상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도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러시아마저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인데도 중국은 현 시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6자회담 카드나 들고 나온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이 베이징을 경유해 이란에 사거리 3000㎞의 미사일 19기를 수출하는 데 수수방관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가

중국이 두둔하면 할수록 북한은 더 과격한 책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중국은 세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해치고 있는 북한의 무자비한 도발을 엄중하게 경고하기는커녕 감싸고돌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책임은 북한의 항의를 무시한 한국에 있다”는 식의 중국 언론 보도 행태는 언론의 역할과 사명을 망각한 요설에 불과하다. 중국은 최근 공산당 간부 출신 원로 23명이 언론 자유를 촉구한 공개서신의 내용을 전격 수용해야 마땅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망언은 어떤가. 그는 중국이 6·25전쟁에 참전한 것을 두고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망발을 늘어놓았다. 6·25전쟁을 북한의 남침이라고 규정하고 유엔군을 파견해 침략군을 응징한 유엔의 평화정신을 깡그리 무시하고, 역사 왜곡도 서슴지 않는 인사가 중국의 차기 당·정 최고지도자라는 사실이 우울할 뿐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일원인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계속 어깃장을 놓는다면 상임이사국의 지위에도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