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임권택, 18세기 초상화로 만나다… 동양화가 손연칠, 명사 40여명 인물상 전시회
입력 2010-12-06 18:43
동양화가 손연칠(62·위 사진) 동국대 교수는 한지나 비단에 천연염료로 초상화를 그리는 국내 몇 안 되는 작가다. 그가 전통기법으로 제작한 허난설헌 양만춘 성삼문 이익 등 초상화는 국가표준영정으로 지정됐다. 역사 속 인물을 그리던 그가 이번엔 평소 친하게 알고 지내던 명사들을 모델로 삼았다.
임권택 영화감독, 고은 시인,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 황수영 미술사학자, 이종상 김선두 김근중 등 화가, 이애주 무용가, 황수로 궁중채화 복원가 등 40여명의 인물상을 8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우리시대의 초상화’라는 타이틀로 선보인다.
그의 초상화는 얼굴 근육조직과 살결을 따라 선과 점으로 피부질감을 땀구멍까지 생생하게 표현하는 18세기 조선시대 화법인 ‘육리문법(肉理紋法)’을 응용했다. 사진을 여러 장 찍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화면에 옮기는 작업은 1점당 제작기간이 6개월∼1년일 정도일 정도로 치밀하고 꼼꼼한 붓질을 필요로 한다.
영화 ‘취화선’에서 장승업의 스승 역할을 맡기도 한 그는 임권택 감독의 경우 일에 대한 열정과 함께 유머와 여유 있는 모습을 그렸다. 고은 시인은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에 다소 광기 있는 시인다운 풍모를 담아내기 위해 세 번의 실패 끝에 짙은 눈썹의 초상화를 완성시켰다고 한다.
“문화인들의 얼굴에는 자유분방함이 배어있고 눅눅한 감성이 녹아있는 것 같아요. 사실 초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의 외모보다는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눈동자가 중요하고 그 다음엔 입이에요.”
경주 불국사 석굴암 재현 등에 몰두하던 그는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는 인물화를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에 5000원권 율곡 이이와 5만원권 신사임당 초상화를 그린 이종상 서울대 명예교수로부터 오래 전부터 초상화를 배웠다.
손 화백은 “인물 그림에는 삶의 애환뿐 아니라 역사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면서 “초상화를 통해 개인 인생사와 더불어 우리시대의 정신적인 좌표를 짚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02-733-587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