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교회는 무엇인가

입력 2010-12-06 17:35


(22) 무교회주의

교회에 대하여 신비주의와 대개 비슷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무교회주의이다. 무교회주의는 교회의 순수성과 단순성을 말하는 완전주의적 자세가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김교신, 함석헌, 유달영 같은 분들의 신앙이 무교회주의로 알려져 유명해진 일이 있다. 더구나 일제 치하 강렬한 민족 신앙을 주창하며 성서조선을 외치던 김교신 때문에 교회갱신을 꿈꾸는 이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일이 있다. 이 그룹들은 철저한 신앙으로 한국사회에 무시 못할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무교회주의는 일본의 독특한 기독교 형태로 세계에 알려진 일이 있다. 우치무라 간조라는 사람이 그 시조이다. 그는 그의 묘비에 ‘나는 일본을 위해, 일본은 세계를 위해, 세계는 그리스도를 위해, 그리고 모든 것은 하나님을 위해’라는 글을 쓴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무교회주의는 우치무라가 1901년에 처음 주창한 것인데, 2차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도쿄대학의 총장들 몇 사람이 유명한 무교회자들이어서 그 명성이 한때 충천했다. 한때는 일본 지식인의 최고 수준에 서 있는 사람들이 대개 무교회주의자들이었다. 특히 일본의 무교회주의자들은 일제하 한국인과의 관계가 그래도 인간적이었다. 일제 치하 우리 목사들이 읽은 주석서는 무교회주의자 구로자키 고기치의 저서들이었다. 그만큼 무의식중에 우리 교회는 그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던 셈이다.

무교회주의라고 하는 것은 한 마디로 제도적인 교회를 부정하는 것이다. 제도는 형식이고 거기엔 이미 생명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형식주의와 율법주의를 가장 혐오한다. 주님은 처음부터 주님에 대한 단순한 신앙을 원하셨다는 것이다.

우치무라의 주장은 선교사들과 세속화된 기성교회에 대한 반발에서 출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교회를 통하여 주님이 나타나시고 구원하실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말을 하다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 기독교는 제도가 아니고 교회가 아니고 신학이 아니다. 이런 말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나쳐 갔다. 곧 기독교는 책이 아니다, 성서도 아니다, 주님의 말씀도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이다! 이렇게 나간 것이다. 이 말은 그리스도께서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히 변치 아니하시는 생명의 주님이시기 때문에 어디에 고정되어 갇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그리스도와 우리 사이에 아무 중개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무교회주의는 신비주의와 상통하는 데가 있다. 기독교는 그리스도와 우리 사이의 살아 있는 직접 관계요, 따라서 중간에 아무것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신앙은 그 순도가 높았다. 하지만 우리 신앙도 역사 안에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려고 한 데에 문제가 있었다.

민경배<백석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