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의학의 꽃’ 줄기세포 치료제 곧 상업화 되나

입력 2010-12-06 21:21


국내 줄기세포 업체들의 무허가 시술 의혹과 관련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급성장하고 있는 줄기세포 치료 산업에 대한 최초의 전면 조사여서 결과에 따라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으론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침체기를 걷다 조금씩 기사회생하고 있는 국내 줄기세포 연구 및 산업이 또 다시 역풍을 맞지는 않을지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안전성, 유효성 검증 거쳐 식약청 허가 받아야 상업화 가능=줄기세포(stem cell)는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증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로, 이를 체외에서 배양해 의약품 형태로 제조한 것이 줄기세포 치료제다. 이론상으론 질병, 사고로 망가진 신체 조직이나 장기를 원래대로 되살리는 특성이 있어 미래 ‘재생의학의 꽃’으로 불린다. 특히 희귀·난치병 치료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줄기세포가 특정 조직, 장기의 세포로 분화되는 과정에서 암 발생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신약 개발 과정처럼 오랜 기간 엄격한 시험과정을 거쳐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고 국가 공인기관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치료제로 상용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얼마 전 논란이 된 모 줄기세포업체는 국내 의약품 인·허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자체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제를 일반 환자들에게 시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세계 첫 줄기세포 치료제 한국서 나오나=전 세계적으로 시판이 허가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아직 없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연구가 진행돼 온 성체줄기세포 유래 치료제는 상업화에 근접해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출생 후부터 우리 몸의 여러 조직에 존재하는 세포로 골수, 혈액, 지방 및 피부, 간 조직, 분만 시 나오는 제대혈(탯줄혈액) 및 태반 등에서 얻어진다.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증식 및 분화 능력은 제한적이지만 기술적으로 용이하고 윤리적 문제도 없기 때문에 현재 거의 대부분의 줄기세포 치료제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고 있다. 주요 치료 대상은 심혈관질환(심근경색, 심부전), 암 및 혈액질환(백혈병, 림프종 등), 뇌질환(뇌졸중, 알츠하이머형 치매 등), 치루, 퇴행성관절염 등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3170건의 다양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가 임상시험 중에 있다. 특히 상업화가 임박한 후기 임상시험(2상 및 3상) 단계에 있는 것도 27품목이나 된다. 국내의 경우 11월 현재 총 19건(5개사)의 임상시험이 식약청 승인을 받았으며, 그 중 5건이 완료되고 14건은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바이오기업 에프씨비파미셀이 자체 개발한 급성 심근경색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하티셀그램-AMI’의 임상시험을 최근 완료하고 식약청에 최종 의약품 품목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식약청이 이 제품의 시판 허가를 내준다면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티셀그램-AMI는 환자 본인의 몸(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주사제로 만들어 손상된 심장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다.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는 이제 임상 진입 단계=성체줄기세포 치료제에 비하면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는 이제 갓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단계다.

생명의 기원인 배아(수정란)로부터 얻어지는 배아줄기세포는 무한대 증식과 모든 세포로 분화 능력을 갖고 있어 치료 효과나 범위가 성체줄기세포 보다 훨씬 크고 넓다. 하지만 성체줄기세포에 비해 고난도의 배양 및 분화 기술과 막대한 비용·시간이 소요된다.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제론사는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세계 처음으로 하반신 마비 환자를 대상으로 인간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척수신경세포로 자라날 배아줄기세포를 사고로 손상된 척수에 주입하고 2년간 경과를 지켜보는 시험이다.

우리나라 차바이오앤디오스텍도 최근 제론사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인간배아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 허가를 미국 FDA로부터 받아냈다. 이 기업은 미국 ACT사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인간배아줄기세포 유래 망막색소상피(RPE) 세포치료제’를 이용, 유전자 이상으로 망막이 손상돼 실명을 초래하는 스타카르트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 ACT사는 스타카르트병이 상당 부분 진행된 12명의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추출·배양한 배아줄기세포를 5만∼20만개의 RPE세포로 분화시켜 주입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주입된 RPE세포가 손상된 망막세포들을 대체해 시력 회복 효과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다.

차바이오앤디오스텍 정형민(CHA의과학대 교수) 박사는 “희귀질환의 경우 임상 1상만으로도 품목 허가 즉, 상용화가 가능하다”면서 “비록 임상시험은 제론사의 척수손상 치료제보다 늦었지만 상용화는 먼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타카르트병 환자는 국내에도 2000∼3000명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식약청에 국내 환자 대상 임상시험 신청도 해놓고 현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미국 임상시험 착수가 국내 첫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허가 획득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