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선관위 또 파행...파국으로 가나?

입력 2010-12-06 16:09

[미션라이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차기 대표회장 후보 자격심사를 놓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어 한국 교계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라는 이미지에 일대 타격을 주고 있다.

한기총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엄신형 목사)는 1일 길자연·김동권 목사의 후보 자격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인 끝에 4일 그랜드하이야트서울에서 회의를 속개했지만 또다시 결론을 도출하는 데 실패, 8일 오전 7시 서울 연지동 한기총 사무실에서 최종 마무리하기로 했다.

현재 한기총 선거 일정에 따르면 9일 기자회견, 14일 후보 정책토론회, 21일 대표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따라서 늦어도 9일 전까지 후보 기호추첨을 완료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파국을 막기 어려워 보인다.

한기총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 선거관리위원회가 4일 일단 두 후보를 서류를 받는 데까지만 합의하는 데 그친 것은 특정인의 출마 자체를 막는 데만 골몰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대표회장 선거권을 갖고 있는 211명 한기총 실행위원들이 차기 대표회장을 투표를 통해 결정할 수 있게 해야지 선거관리위원들이 사전에 이런 기회조차 박탈하려는 것 자체가 초법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박성배 목사측), 한국기독실업인회, 한국기독교여성협의회,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등은 회원 교단 또는 단체 1년 회비를 완납하지 못해 선거권을 갖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총 모 인사는 “대표회장 선거 후보 자격을 놓고 이 같이 지루한 공방이 이어진 것은 한기총 21년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이단사이비 대처,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기독교계 목소리 대변 등 한기총의 책무에 따른 과제가 산적한데, 한국교회 성도들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겠느냐”고 한숨 지었다. 또 다른 인사는 “임원들이 지난 3월 책정한 임원 및 위원장 회비조차 내지 않고 있다”면서 “이게 한기총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있다는 방증아니냐”고 반문했다.

본보가 6일 입수한 한기총 임원 및 상임위원장 회비 현황에 따르면 임원과 위원장 88명 가운데 44명만이 회비를 완납했다. 책정된 회비 1억9200만원 중 8850만원만 거친 것이다. 임원으로서 현재 선거관리위원으로 활동 중인 인사들조자 회비를 내지 않았다. 회비는 대표회장 1000만원, 공동회장 300만원, 부회장(서기, 회계 포함) 200만원, 위원장(부서기, 부회계 포함) 100만원이다.

지금의 파행은 어느 정도 예고됐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애당초 공고한 일정에 따르면 1일 오후 3∼4시 후보자격심사와 기호추첨이 있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1일 후보 자격심사, 2일 기호추첨을 하기로 해 선거관리위원회 내 기류가 심상치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길 목사 측의 홍재철 목사는 김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자격 유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까지 신청했다. 3일 1차 심리가 열렸으나 법원은 일단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아직 후보자가 결정이 안 된 상태에서 가처분이 제기됐기 때문. 따라서 선거관리위원회가 김 목사를 후보로 최종 결정하면 법원의 가처분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또 다른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근 출범한 국제기독교이단연구학회는 6일 ‘한기총 이단 해제 관련 특별신학위원회’ 가동을 선언했다. 최은수 학회 상임이사는 “한국교회 안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이단임에도 불구하고 면죄부를 주려는 한기총의 행태에 대해 전문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이단 해제 시도의 배경을 신학적으로 주도면밀하게 규명하고, 이를 적극 추진한 개인이나 단체의 실체를 파악해 널리 알리려 한다”고 밝혔다. 또 “학회는 한국과 미국 법률 자문단까지 구성, 만약에 있을 법적 문제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