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사면 하나 더·50% 싸게·사은품 증정… 대형마트들 ‘참 못믿을’ 할인행사

입력 2010-12-05 21:29


직장 여성 김모(40·서울 가락동)씨는 얼마 전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930㎖짜리 우유 두 개를 3550원에 샀다. 개당 2200∼2900원가량 하는 1000㎖짜리 한 개를 사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김씨는 유통기한이 지나도록 우유 두 개를 다 먹지 못했다.

김씨는 “두 개를 사면 할인되는 제품이 많아 두 개를 사게 되지만 쓰지 않고 쌓아두거나 버리는 제품도 많다”고 말했다.

소비자시민모임 김자혜 사무총장은 5일 “대형마트의 묶음 상품이 싸다고 무턱대고 사다보면 결국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되고 이는 유통업체의 매출을 올리는 데만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는 또 ‘1+1 행사’, ‘50% 이상 파격 할인’, ‘사은품 증정’ 등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해 소비자를 끌어 모으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싸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달 25일 주요 대형마트 3곳에서 판매 중인 ‘B’ 세탁세제 가격을 비교한 결과 ‘1+1 행사’ 제품이 알고 보면 하나 더 주는 것이 아니라 2개 가격을 그대로 받는 셈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형마트는 4㎏짜리 ‘B’세제를 ‘1+1 행사’로 1만12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는 개당 가격이 1만1200원(100g당 280원)이지만 한 개는 덤으로 준다는 의미다. 하지만 경쟁업체에서는 같은 제품 7.5㎏짜리를 9800원(100g당 13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1+1 행사’ 제품의 단위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었다. 두 개를 한 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 가격으로 팔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형마트는 다른 곳보다 싸다’는 인식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설령 싼 제품이 있다 하더라도 이른바 ‘미끼상품’으로 불리는 일부 제품군에 한정된다. 더구나 장기적으로는 대형업체가 할인 행사를 벌충하기 위해 제조업체를 압박하거나 품질을 낮추고, 다른 제품의 가격을 올린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대형마트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미끼상품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제품이라도 마트마다 가격 차이가 크게 나기도 한다. ‘T’ 세탁세제의 경우 A대형마트의 4.4㎏짜리 플라스틱용기에 담겨있는 제품은 9900원이었다. 같은 제품 2㎏짜리(리필)를 B사는 8600원에, 4.3㎏짜리 제품을 C사는 2만200원에 판매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모든 제품이 다 싸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형마트에서 싸게 파는 제품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선택은 소비자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세제의 경우 용기제품이 리필제품보다 턱없이 비싼 사례도 흔했다. 한 대형마트는 4㎏짜리 플라스틱 용기제품을 2만5900원, 리필제품을 1만9800원에 판매했다. 다른 대형마트는 3㎏ 종이 용기제품과 6㎏ 리필제품을 각각 9900원에 팔았다. 용기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비합리적인 가격임을 알 수 있다.

반면 리필제품이 용기제품보다 더 비싼 경우도 있었다. 한 대형마트의 세탁세제 가격을 보면 4.4㎏ 용기제품이 4.3㎏ 리필제품과 가격이 9900원으로 같았다. 두 제품의 100g당 가격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용기제품(100g당 225원)이 리필제품(230원)보다 약간 더 쌌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