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 대통령, 2명이 동시 취임… 대선 大혼란 내전 재발 우려

입력 2010-12-05 21:25

서아프리카 해안국가 코트디부아르에서 대선후보 2명이 동시에 대통령 취임 선서를 강행하는 정치 파행이 벌어졌다. 대선 후유증이 내전 재발 상황으로까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군부와 헌법위원회의 지지를 업은 로랑 그바그보 현 대통령은 4일 자신의 패배를 선언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하고 대통령 취임 선서를 강행하며 5년의 새 임기를 시작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에 맞서 경쟁 후보였던 알라산 와타라 전 총리도 수 시간 후 대통령 취임 선서가 담긴 자필 서한을 헌법위원회에 발송하고 정통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2일 선관위는 지난달 28일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 개표 결과, 야당인 공화당의 와타라 후보가 54.1%를 득표해 45.9%에 그친 집권당의 그바그보 후보를 이겼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헌법위는 다음 날 이를 뒤집고 그바그보 현 대통령을 승리자로 발표했다.

정국이 혼란한 가운데 반군인 ‘신세력’ 측은 “현 대통령이 계속 집권할 경우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군부는 대통령이 어떤 명령을 내리더라도 따르겠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이날 수도 아비장 등 주요 도시에선 산발적인 시위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최소 15명 이상이 사망했다. 국경은 정부군에 의해 전면 봉쇄됐다.

세계 최대 코코아 산지인 코트디부아르는 2007년 신세력을 비롯한 북부 반군세력과 평화협정을 체결했으나 무장해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북부 지역에서는 그바그보 대통령이 통치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프랑스 유엔 등 국제사회는 그바그보에게 선거 패배 수용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타보 음베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아프리카동맹(AU) 소속 국가를 대표해 5일 현지로 떠나 귀추가 주목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