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 타결] 전문가들 “기존협상서 후퇴”… “산업 측면선 진전”
입력 2010-12-05 18:5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미국의 ‘우세승’이다. 정부는 이익의 균형을 맞췄다고 하지만 우리가 양보한 자동차와 미국 측에서 얻어낸 돼지고기, 의약품 양보 간의 가치가 동일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른 FTA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 “득보다 실 많아”=전문가들은 재협상 결과에 대해 대체로 기존 협상에 비해 플러스보다 마이너스 요인이 많은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판매량이 적은 만큼 조금 양보를 하더라도 발효를 서두르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7년 협상 결과와 비교하면 명백한 후퇴”라며 “돼지고기와 의약품 분야에서 이익의 균형을 맞췄다고 하지만 부가가치 측면에서 자동차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최병일 국제대학원장은 “독소조항으로 우려해온 스냅백(Snap Back·관세철폐환원제도)이나 세이프가드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미지수”라며 “다만 국내 미국산 자동차 수입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미국 측에 심리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서명 이후 40개월이 넘게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한·미 FTA에 다시 추진력을 불어넣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성한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협상에선 이기는 쪽과 지는 쪽이 있겠지만 FTA는 당사국 모두 경쟁력 있는 제품 위주로 산업구조가 바뀌는 측면이 있어 윈·윈 게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과정의 문제와 결과 파장 우려=이번 협상은 과정과 결과 모두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에 이끌린 측면이 강하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한·미 동맹관계 강화라는 명분이 경제적 실리 방어논리를 압도해 우리 측 대표단의 협상카드를 무력화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협상 타결 직후 발언도 이를 방증한다. 그는 “(한·미관계는) 경제적으로 중요하고 동맹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며 “FTA는 경제 통상에 관한 협정인데, 이를 통해 양측 간 시장이 가까워지면 사람의 관계도 가까워져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 튼튼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우리 정부의 무기력함과 사실상의 재협상이 몰고올 파장이다. 이미 체결된 유럽연합(EU)과의 FTA는 물론 앞으로 다른 나라와의 FTA에 부정적인 전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제한된 부분의 재협상이라도 상대국에 불리한 내용의 수정을 뒤늦게 받아들인 점은 두고두고 다른 FTA에 나쁜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자동차 관련 추가 합의내용도 다른 FTA로 인한 수출확대 효과까지 옥죌 수 있다. 송기호 국제통상 변호사는 “미국에 양보해 준 부분은 유럽연합(EU)도 요구해올 것”이라며 “자동차 부문 이익의 불균형이 다른 FTA에도 최혜국 대우 조항으로 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