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대국적 시각에서 바라봐야
입력 2010-12-05 19:12
지난 3일 타결된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과가 어제 공식 발표됐다. 자동차 분야는 미국 측 요구대로 상당 부분 양보한 대신 우리나라는 축산물과 의약품 분야 등에서 일부 양보를 얻어냈다. 이로써 양측이 2006년 6월 머리를 맞댄 지 4년 6개월 만에 FTA 관련 협상이 모두 마무리됐다. 한·미 양국 정부는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나라당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일방적 퍼주기를 한 굴욕협상이라고 비준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 처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타결 내용을 보면 사실 우리나라가 이익의 균형을 확보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가장 큰 쟁점인 자동차 분야의 대폭 양보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양국은 모든 승용차를 대상으로 상호 4년 후 관세를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2007년 체결 때 FTA 발효 즉시 철폐(3000㏄ 초과는 3년 이내 철폐)키로 했던 시한을 늦춤으로써 미국 측이 유리하게 됐다. 미국산 자동차의 안전기준과 환경기준도 완화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전례가 없는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규정을 신설한 것도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우리나라는 미국산 돼지고기 관세 철폐 시한 2년 연장, 복제의약품 시판 허가와 관련한 의무 이행 3년 유예 등을 이끌어냈다. 득실을 따지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협상 과정의 문제점도 적지 않다. 일단 나쁜 선례를 남겼다. 양국이 이미 합의한 협정문을 재협상을 통해 사실상 다시 수정하는 좋지 않은 사례를 만들어놓았다. 내년 7월 잠정발효를 앞둔 한국·유럽연합(EU) FTA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럽 자동차업계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 한·미 양국이 동시 발표하기로 한 약속을 깨고 미국 정부가 지난 3일 타결 직후 자동차 분야 협상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도 지나친 일이다.
그럼에도 한·미 FTA 타결은 의미가 크다. 세계 최대 시장을 확보한 만큼 FTA가 발효되면 대미 수출 확대 등에 따른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다. 2007년 체결 당시 분석 결과, 한·미 FTA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6.0%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미동맹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최근 북한의 도발을 감안하면 더욱 굳건한 국가안보 태세를 확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 미국 측에서도 걸림돌이 사라졌다. 종전에는 미 의회와 자동차업계의 반발로 한·미 FTA 비준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의회와 재계 대부분이 이번 타결을 환영하고 있다. 우리 경제계도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조기 비준을 촉구하고 나설 정도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우리 국회도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합심해야 한다. 야당이 국민반대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번 타결을 우리 정부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선택으로 보고 비준에 협력해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