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태광 수사 ‘제자리뛰기’… 구속영장 기각에 난관봉착
입력 2010-12-05 18:44
검찰의 한화·태광 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가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핵심 관련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 자체가 위축된데다 성과 없는 잦은 압수수색으로 검찰이 기업 활동만 방해했다는 비판까지 받게 됐다. 검찰의 청원경찰 ‘입법로비’ 의혹 수사도 처벌 근거가 되는 ‘정치자금법 개정’이라는 정치권 반격에 맞닥뜨리며 주춤거리는 모양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핵심 관련자인 홍동욱(62) 여천NCC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키로 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핵심 관련자들이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구속수사로 홍 사장을 압박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개입 여부를 입증하겠다는 당초 전략 외에 별다른 묘수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지난 3일 그룹의 전 재무최고책임자인 홍 사장이 김 회장의 지시를 받아 1조원대 비자금을 다룬 정황이 있다며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기각했다.
태광그룹 수사도 지난 10월 13일 장충동 그룹 본사 압수수색 이후 50여일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가 없어 검찰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이호진 회장의 집과 집무실, 계열사 10여곳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오용일 태광산업 부회장 등 그룹 최고위직 인사 수십명을 조사했지만 아직 이 회장 소환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수사를 받고 있는 두 그룹은 고위 관계자 소환과 압수수색, 자료제출 요청이 계속되면서 업무가 사실상 마비됐다며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는 등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태철)는 정치권의 정치자금법 개정 추진 움직임에 수사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발의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단체·기업 후원의 허용과 기부 내역 공개 시 형사상 면책 등 조항을 담고 있다. 여야 의원 모두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정황이 있는 만큼 백 의원의 개정안은 여야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법안이 통과되면 개정안 자체는 소급 적용되지 않지만 법률상 처벌 조항이 사라지기 때문에 사건이 재판에 넘어갔을 때 법원은 면소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 서울북부지법 관계자는 “처벌 근거가 사라지면 현재 구속 기소된 청목회 간부 3명도 바로 석방돼야 하는 등 수사가 즉시 종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