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목사 정년 평균 70세… 연장 논란 벌이는 속내 뭘까

입력 2010-12-05 19:15


그동안 교단의 정기총회 시즌에 맞춰 목사 정년 연장을 요구하는 헌의안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곤 했다. 평균수명이 증가됐으니 목사의 은퇴 연령 또한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특정 교단을 제외하곤 목사 정년을 73세 또는 75세로 변경하기 위한 헌의안들이 부결되기 일쑤였다.

정년 연장 반대자들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이유라기보다는 개인적 욕심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한다. 또 일반 공무원과 직장인들의 정년이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인데 비해 기존의 목사 정년이 충분히 높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게 옳다는 주장이 적잖다. 반면 연장 찬성자들은 고령화되는 사회적 흐름에서 정년 연장은 필연적일 뿐 아니라 경험 많은 목회자들의 활동무대를 축소시켜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편다.

△목회자 정년 만 70세가 대세=대한성공회의 목회자 정년은 65세로 타 교단에 비해 낮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합동, 고신,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등 거의 모든 교단이 70세로 하고 있다. 교단에 따라 65세를 자원 은퇴 연령으로 삼고 있다.

기독교대한복음교회는 만 70세가 되는 해 연말까지가 정년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만 70세가 되는 생일을 지난 후 가입 노회에서 인사노회(1년에 두 번 열리는 정기노회 중 하나)가 열리는 날까지가 정년이다. 65세부터 자원 은퇴가 가능하다. 기독교한국루터회도 만 70세가 정년이지만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하고 정년 은퇴한 담임목사 처우 문제는 해당 교회의 결정에 따르게 돼 있다. 기감은 70세가 된 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연회(통상 4월)에서 은퇴하도록 규정했다. 기감의 교리와 장정에는 ‘만’이라는 규정이 없지만 관례상 만 70세다. 감독회장은 임기를 마친 후 처음 개최되는 연회에서 은퇴한다. 예장 백석의 경우 만 70세 연말까지지만 공동의회의 3분의 2 찬성으로 1회(3년)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 물론 조기 은퇴도 할 수 있지만 연령을 정해 놓지는 않았다.

기성은 70세 정년 된 자는 교회의 모든 공직에서 자동 사임하도록 명기해 놓았다. 교단법에 따르면 자원 은퇴는 65세 이후이며, 예우는 70세까지 하게 돼 있다. 예수교대한성결교회의 목사 정년은 호적상 만 70세다. 자원 조기 은퇴의 경우 잔여 임기까지 공직을 수행할 수 있다. 교회는 호적상 만 70세까지 담임목사에 준하는 예우를 해야 한다.

예장 합동은 지난 가을 총회에서 정확한 은퇴 날짜 적용에 대한 논란을 매듭지었다. 주민등록상 만 70세가 되는 생일까지다. 합동은 2년 전 총회에서 고제동 목사의 정년 만 70세 유권해석에 대한 질의에 대해 만 71세가 되는 생일 전일까지라고 해석해 일대 혼란을 가져왔었다.

예장 통합은 2008년에 이어 지난해 9월 총회에서 ‘75세 정년 연장안’ 헌의가 올라와 찬반 논란을 빚었다.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의심 받았던 이 안은 결국 재적 987명 중 43명만 찬성해 폐기됐다.

예장 대신, 개혁은 고령화시대라는 명분으로 정년을 고치려 했다가 좌절됐다. 대신은 지난 9월 정기총회에서 담임목사 정년 73세 연장안을 부결시켰다. 예장 개혁(총회장 조경삼 목사)도 75세로 연장하려다가 일부 젊은 총대들의 반대로 좀더 연구, 검토하기로 했다. 반면 또 다른 개혁측(호세길 목사)은 지난달 3개 교단(예장 개혁, 합동보수, 개혁) 통합을 선언한 자리에서 정년을 70세에서 75세로 연장시켰다.

물론 정년이 없는 교단도 있다. 기독교한국침례교회(기침),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연합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기하성 여의도순복음측, 기하성 통합측이 그 예다.

△정년 연장 유혹엔 인간의 죄성과 은급(연금) 문제 있다=사회적 통념과 보편성, 사역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감안하면 목사가 현역만을 고수하면 지탄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정년을 늘렸을 경우 담임목사의 왕국화를 고착화시키고 목회자 적체 현상이 심각해져 교회의 질적 하락까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들이 정년 연장에 집착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는 은퇴 이후 고정 수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예장 통합, 기감, 기성 등 주요 교단을 제외하곤 목회자들의 은급 가입률과 월 고정 수령액 또한 높지 않다. 예장 통합은 은급재단 자산이 2405억원에 달하고 가입 목회자가 1만1247명으로 가입률이 70%를 넘어섰다. 월 수령액이 20년 납입했을 때 150만원으로 높은 편이다. 기성은 은급재단 자산이 381억원으로 통합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가입 목회자 4790명 중 현재 515명이 매월 연금을 받고 있다. 액수는 월 최소 60만원이다. 은급재단 자산 규모가 356억원에 달하는 기감은 목회자 허입 때 자동적으로 은급재단에 가입하게 한다. 기감은 기금 고갈 등을 우려해 2008년 1월부터 새로운 은급법을 시행 중이다.

이밖에 목회자의 납부 총액에 따라 매월 예장 합동은 20만∼100만원, 예성은 45만원, 기장은 75만원을 받는다. 예장 고신 목회자는 20년간 은급비를 냈을 경우 월 130만원 정도 받게 된다. 기하성 연금재단은 여의도순복음측(이영훈 목사), 기하성(박성배 목사), 기하성 통합(조용목 목사) 모두를 포함하고 있다. 현재 6명이 월 5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박종언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총무는 “일부 대형 교회나 은급이 잘돼 있는 몇몇 교단을 제외하곤 노후 문제가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목회자에게는 가혹할 수 있지만 사회적 통념에 따라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는 게 순리”라고 했다. 이광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보통 목회자가 은퇴하면 집 한 채, 약간의 연금, 병든 몸 등이 남는 게 정상”이라면서 “소명을 따라 사는 목회자라면 정년 후까지도 하나님께 맡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회장은 “목회자도 인간인 이상 유혹에 빠질 수 있으니 교단과 교회 차원에서 노후대책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며 “수십년간 쌓은 리더십과 명성이 물질 때문에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