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뚜껑

입력 2010-12-05 19:10

김혜수(1959~ )

주억거리며 닻을 내리는 석양

지상의 맨 끝에 걸려 있는 조등 같다

꿈틀 물살도 몇 차례 몸을 뒤집는다

사랑도 이제 노역인데

한번도 조복받은 적 없는 무구한 그대여

그대에게 사랑은 다만 길고 긴 첫날밤이거늘

우주가 저 뚜껑을 닫기 전에

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