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안보, 이대로는 안된다] ③ 길 잃은 외교전략
입력 2010-12-05 17:57
정권따라 대미·대중 편중외교… 대북정책도 냉·온탕
‘전략적 인내.’ 우리 정부가 미국과 공유하고 있는 대북 정책 기조다.
북한이 백기를 들고 나올 때까지 전방위 압박을 가하며 지켜보자는 전략이다. 천안함 피격에 이어 연평도 포격 도발이 터졌지만 근간은 크게 변함없어 보인다. 문제는 지난 50년 동안 ‘기다림의 싸움’에서 먼저 꼬리를 내린 것은 대부분 북한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대북 정책은 냉·온탕을 반복했다. 한 정권 아래서도 정권 초기와 말기가 차이가 났다. 정책 기조가 수시로 바뀌는 데 대북 협상력이 생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는 5일 “북한은 지난 50년 동안 한결같은 태도다. 사용하는 어휘마저 변함이 없다. 반면 우리 쪽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론이 요동칠 때마다 대북 정책의 기조가 들썩인다”고 말했다. 남한 스스로 북한을 상수(常數)로 남한을 변수(變數)로 접고 들어가는 데 남한의 말이 먹힐 리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이번 연평도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 배경에는 고도의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즉, 북한은 남한과 국제사회의 대북 여론이 당장은 악화되더라도 전쟁 위기감을 계속 고조시키다 보면 결국은 화해와 협력, 대화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외교의 두 축인 대미·대중 외교도 정권 입맛에 따라 달라져 왔다. 참여정부 때 외교정책의 지향점은 ‘동북아 균형자’였다. 균형추를 맞추기 위해 미국과는 거리를 두고 중국에 다가갔다. 중국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대미 관계는 곳곳에서 삐걱거렸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열었다.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이 상대국에 부여하는 중요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취임 첫해에만 4차례(4, 7, 8, 11월)나 부시 대통령을 만났다. 상대적으로 중국을 등한시했고, 미국 편중외교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 정부가 올해 잇따른 도발 사태에서 지나칠 정도로 북한을 감싸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미 편중외교가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되는 극히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참여정부 때 군의 전투력이 이명박 정부 들어 갑자기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단지 보는 눈만 달라졌을 뿐이다. 군도 참여정부 때 환수해도 전혀 문제없다고 했지만 정권이 바뀌자 완전히 말을 바꿨다. 정권 성향에 따라 전문 관료집단의 의견마저 뒤바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권 교체가 됐든 정권 재창출이 됐든 5년마다 집권세력이 교체되는 것은 필연이다. 따라서 외교와 안보 분야만큼은 정책 기조의 변동 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시민사회나 학계에서라도 나서 대외 정책의 움직이지 않는 원칙들을 하나하나 세워나가고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