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신창호] 미국차가 안 팔리는 이유

입력 2010-12-05 19:15

미국 도시를 달리다보면 자주 목격하는 일이 도로에 늘어선 자동차의 3분의 2가 아시아산(産)이라는 점이다. 일본차가 다수이지만 현대·기아차도 자주 눈에 띈다. 최신 모델일수록, 말쑥한 옷차림의 백인 운전자일수록 아시아산일 확률은 더 높다.

미국 자동차 수리공들은 “고장 잘 안 나고 부품값 싼 데다 고치기까지 쉬우니 아시아차는 장사가 안 된다”고 말한다. 고장률 높은 미국차나 부품값 비싼 유럽차가 돈벌이엔 제격이란 고백이다.

1970년대 초반 미국에 처음 진출한 일본 자동차를 두고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소위 빅3는 ‘깡통차’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앞을 다퉈 샀다. 기름 덜 먹고 10년은 말썽 안 부리고 탈 수 있는 매력 때문이었다. 80·90년대 ‘싸구려’로 여겨지던 우리나라 차도 이젠 어느새 미국 중산층의 필수품 자리까지 넘보게 됐다.

반면 빅3는 10년이 넘게 내수시장 점유율 30%대를 넘어서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자국산 ‘기름 삼키는 하마’를 기피하는 미국인은 더 늘고 있다. 얼마 전 영국 자동차 전문지 ‘카(Car)’는 GM과 포드에 대해 “영화로 비유하면 미저리(Misery)나 나이트메어(Nightmare)”라면서 “영원히 잊고 싶은 기억 같기 때문”이란 평가를 내렸다. 지난 2년 동안 빅3는 폰티악 머큐리 닷지 같은 자동차 브랜드를 여럿 없애버렸다. 미국인들에게 대표적인 깡통차로 여겨져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빅3가 차를 수출하면서 외국 소비자 기호에 맞게 자동차 설계를 변경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다. 신차 개발 때는 반드시 미국시장 소비자 선호도와 주요 공략 대상을 조사하고 내수와 수출 모델 차별화를 시도하는 우리 자동차기업과는 너무 다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타결로 빅3는 엄청난 혜택을 받았다며 희색만면이다. “이제는 한국에도 자동차를 엄청 팔 수 있다”고 계산했음직하다. 하지만 우리 자동차업계 반응은 전혀 다르다. “걱정은 되지만 자신 있다”는 눈치다. ‘안방’에서도 안 팔리던 차들이 남의 집 마당에서 팔릴 리 없다는 것이다.

빅3가 얻은 특혜는 우리 소비자들에게 “연비와 안전기준 조차 자신이 없어서 부당한 압력을 넣어 억지로 면제받아야 했느냐”는 의구심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니 미국차가 ‘덩치만 큰 나쁜 차’에서 ‘멋지고 좋은 차’로 환골탈태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셈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