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치료, 주사가 먹는 약보다 편해요… 인플루엔자 치료 ‘페라미플루’ 각광

입력 2010-12-05 17:31


날씨가 추워지자 독감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병원 소아과와 호흡기내과 진료 대기실은 고열과 기침이 끊이지 않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상태다. 독감 예방을 위한 철저한 손 씻기와 유동인구가 많은 곳 회피하기 등 개인위생 관리와 함께 의심 증상이 생겼을 때 조기 진단 및 적절한 치료에 적극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독감(인플루엔자) 의사 환자 수는 외래 환자 1000명당 3.68명으로 이미 유행 기준인 2.9명을 훌쩍 넘어선 상태다. 같은 기간 실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분리 주수는 H3N2형 39주, H1N1형 6주 등 총 45주로 집계됐다. 의사 환자 가운데 실제 독감 환자로 확진되는 양성률은 지난 11월 한 달 동안 평균 1.8∼2.9%의 분포를 보였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우준희 교수는 5일 “보통 첫 환자가 발생한지 한 달이나 한 달반 정도가 지나면 독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보통 감기 환자들 가운데 열이 38도 이상 넘는 경우 독감을 의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배양 검사를 하게 되는데 날이 갈수록 검사 의뢰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

독감은 급성 발열, 오한, 몸살, 식욕감퇴, 두통, 근육통, 요통의 증상을 나타낸다. 심한 가래나 기침, 콧물, 눈의 충혈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하며 설사를 수반하기도 한다.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의 경우엔 이 같은 이상 증세를 더욱 심하게 겪는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 형으로 나뉜다. 올해의 경우 A형이 주로 유행하고 있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혈청형은 혈구응집소와 ‘뉴라미니다제’ 단백질(효소)의 아미노산 배열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예컨대 ‘A/H1N1형’이라고 하면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16개 혈구응집소(H)와 9개 뉴라미디다제 효소(N) 중 각각 1번 유형이 조합된 변이형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약제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한 형태는 아만타딘과 리만타딘 성분의 M이온 채널 억제제다. 1980년까지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는 데 주로 사용됐으나 지금은 부작용 문제로 거의 퇴출된 상태다.

또 다른 형태는 지난해 신종플루 대유행 시 크게 각광받았고 올해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 뉴라미니다제 효소 차단제다. 자나미비어 계통의 ‘리렌자’(GSK)와 오셀타미비어 성분의 ‘타미플루’(로슈), 페라미비어 계열의 페라미플루(녹십자)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리렌자는 코로 약제 가루를 마시는 흡입용, 타미플루는 입으로 먹는 경구용, 페라미플루는 주사용이다. 리렌자는 1일 2회 매회 두 번씩 5일간 약물을 흡입하고, 타미플루 역시 1일 2회, 5일간 복용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흠이다. 또 장기간 대량 사용으로 내성 바이러스가 속속 출현, 약효가 반감되고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반면 페라미플루는 성인의 경우 300㎎을 생리식염수에 탄 다음 링거 주사처럼 약 15분간 정맥을 통해 한 번만 맞으면 끝나서 간편하다.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시판 허가를 받은 이 약은 국내 24개 병원이 참여한 3개국 임상시험 결과 타미플루와 대등한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 돼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는 최근 의학 전문지 ‘더 닥터스’가 서울 삼성동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 ‘인플루엔자의 최신 치료’란 제목으로 연 학술 세미나에서 페라미플루에 대해 “사용하기 편리하고,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확실한 데다 부작용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앞으로 각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좋은 무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글·사진=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