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45) 천연기념물도 문화재다

입력 2010-12-05 17:51


백령도 무궁화, 창녕 우포늪, 양양 오색약수, 의성 빙계리 얼음골, 제주 도련동 귤나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최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된 대상들입니다. 이에 대한 기사를 쓰니 한 후배가 물었습니다. 천연기념물 관리를 환경부가 아니라 문화재청에서 하느냐고요. 천연기념물은 국가 지정 문화재이기 때문에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는 것이랍니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지정 및 보호는 일제강점기의 조선총독부가 ‘조선 보물고적명승 천연기념물 보호령’을 공포하면서 비롯됐습니다. 이후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기존의 728점을 재분류하면서 98점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답니다. 2010년 12월 1일 현재 천연기념물은 519호까지 있으며 동식물의 경우 대상이 죽거나 이동하면 문화재 지정이 해제되지요.

천연기념물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됩니다. 첫째는 식물입니다. 습지 하천 폭포 온천 등 특수한 환경에서 자라는, 학술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동백나무 은행나무 향나무 탱자나무 소나무 느티나무 회양나무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천연기념물 제1호는 대구시 도동 측백나무 숲이랍니다. 중국에서만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측백나무 100여 그루가 절벽의 바위틈에서 자라 가치가 높지요.

둘째는 동물입니다. 특수 지역에 서식하거나 번식 지역 또는 계절에 따라 나타나는 철새와 희귀동물로 따오기 진돗개 황새 두루미 백조 노루 산양 장수하늘소 수리 등이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452호인 붉은박쥐(황금박쥐)는 제한된 동굴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요. 붉은박쥐의 동면 체온은 11.1∼13.3도로 평소 체온 15.6도보다 낮다고 합니다.

셋째는 한국의 지질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광물이거나 암석의 생성연대를 연구하는 중요한 학술적 대상, 또는 거대하고 특이한 동굴, 동식물의 화석 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강원도 영월 고씨굴(천연기념물 제219호)은 임진왜란 때 고씨 일가족이 이곳에 숨어 난을 피했다고 합니다. 동굴의 길이는 총 3㎞ 정도이며 W자를 크게 펴놓은 형태로 소중한 문화재입니다.

넷째는 일정한 지역에 동물, 식물, 광물의 천연기념물이 집중돼 있는 경우에는 하나하나 낱개를 지정하지 않고 일정 구역을 포함해 지역 단위의 넓은 자연 면적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한라산 설악산 홍도가 있으며 특히 독도(천연기념물 제336호)는 신라 지증왕(재위 500∼514년) 이래로 내려온 우리 영토로서 역사성과 더불어 자연과학적 학술가치가 매우 큰 섬이랍니다.

천연기념물 대상에 오르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로 지정이 결정됩니다. 문화재 지정도 중요하지만 이후 관리·보존이 더욱 중요할 겁니다. 북한에서는 연구가치가 있고 보호해야 할 희소한 동식물, 지질, 광물 등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면서 김일성 가계 우상화와 관련된 지역까지 포함시키고 있다니 그야말로 지구촌에 하나밖에 없는 ‘천연기념물 대상’이라 하겠습니다.

문화과학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