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마음은 이런 색채일까… 6년만에 국내서 샤갈展
입력 2010-12-05 17:50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1887∼1985)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샤갈 작품의 매력은 사랑을 주제로 꿈과 환상을 서정적으로 펼쳐보인다는 점에 있다. 2004년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샤갈 전은 70여만명의 관람객을 모으며 블록버스터 미술전시의 시초가 되기도 했다. 샤갈의 그림이 6년 만에 다시 한국에 왔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내년 3월 27일까지 계속되는 샤갈 전에는 160여점이 출품됐다. 2004년에 왔던 작품은 10점이고 나머지는 국내 첫선을 보인다. 그동안 블록버스터 전시가 명화 한두 점을 제외하면 실망스런 부분이 있었으나 이번 전시는 세계 30여개 미술관과 개인 소장품 가운데 명실공히 대표작을 엄선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전시는 러시아 시기, 성서 이야기, 사랑과 연인,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 서커스, 종이작품 등 6개 테마로 구성됐다.
6년 전 전시가 1950년대 이후 샤갈의 말기 작품을 중심으로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샤갈의 청년기인 1910∼1922년 작품에 초점을 맞췄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샤갈이 러시아의 토속적인 일상을 배경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화려한 색채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그린 ‘산책’과 ‘도시 위에서’, 김춘수 시인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의 모티브가 된 ‘비테프스크 위에서’ 등이 이 시기 대표작이다. 이 중 첫 부인인 벨라와의 결혼 직후 행복한 마음을 표현한 ‘도시 위에서’는 2004년 전시 때 깊은 인상을 주었으나 해외 다른 전시 때문에 도중하차하는 바람에 아쉬움을 남겼다가 이번에 다시 왔다.
2004년 전시 때 일부가 왔던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도 전체 8점 중 화재로 소실된 1점을 제외한 7점이 모두 공개된다. 1920년 샤갈이 러시아 모스크바의 유대인 예술극장 내부를 꾸미기 위해 그렸던 작품으로 이 중 가로 길이가 8m에 이르는 ‘유대인 예술극장 소개’는 폭 7.7m인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화면 구성이 비슷해 종종 비교되는 작품이다.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의미를 주는 하나의 색은 바로 사랑의 색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거장의 주옥같은 명화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작 전체 보험 평가액이 약 1조원이고 러시아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 빌려온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 7점은 2800억원, ‘도시 위에서’와 ‘산책’은 500억원에 이른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관람료 일반 1만2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000원(02-724-2900).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