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체의 매혹적 동작이 인상적인… 英 로열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발레리나 최유희
입력 2010-12-05 17:27
발레리나 최유희(26). 이 이름이 낯선 발레 팬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재일교포 4세인 그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났고, 프랑스 파리에서 발레를 배웠다. 2002년 로잔 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했고 입상자에게 주어지는 기회로 1년간 영국로열발레단에 연수생 신분으로 들어갔다. 2003년 정식으로 입단해 3년 만인 2006년 퍼스트 아티스트(군무와 솔리스트 중간)가 됐고, 2008년에는 퍼스트 솔리스트가 됐다. 2007∼2008시즌 ‘라 바야데르’에서 니키아 역으로 처음 솔로 데뷔를 했고 이후에 ‘호두까기 인형’ ‘신데델라’ 등에서 주역으로 활동했다.
외국인에 대한 텃세가 심하기 유명한 로열발레단에서 외국인으로서 한 단계(솔리스트)를 건너뛴 고속 승급이었다. 이런 상승세 때문에 그가 조만간 수석무용수가 될 것이라는 걸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최유희는 오는 8일과 10일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서 주역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2005년 영국로열발레단 내한공연 당시 군무로 참가했지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엔 분량이 부족했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최유희는 “저번에 왔을 때 좀 더 큰 작품으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뤄져서 기쁘다”고 말했다. 2003년 친척 방문차 한국을 찾은 것까지 포함해 최유희는 이번이 세 번째 한국 방문이다.
최유희는 아름다운 상체라인을 활용한 매혹적인 동작이 인상적인 무용수로 평가 받는다. 스스로 “신데렐라가 가장 잘 어울리는 거 같다”고 말했다. 국내 팬에게 선보일 무대에 대해서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작품은 해보지 않았지만 아주 잘 연기하고 싶다. 다른 것보다 체력이 걱정이다”라며 웃었다.
그는 한국어가 서툴다. 한국어를 알아듣기는 하지만 영어로 말하는 게 편하다. 한국에서 산적도 없고 한국말도 어색하지만 최유희는 자신이 당연히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다. 왜 한국 국적을 유지했는지 묻자 “잘 모르겠다. 아마 내 안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영국 국적을 가지면 활동하는 데 유리한 점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한국인이라는 건 아주 중요해요. 뿌리가 이 곳에 있으니까요. 전 로열발레단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에요. 모두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저에게 큰 특징이 되기도 합니다.”
최유희는 “좋은 무용수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훌륭한 테크닉으로 눈을 사로잡는 것보다 진정성
을 가지고 관객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로열발레학교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학생들은 오히려 로열발레단에 안 뽑혀요. 기량보다는 인간적으로 더 성숙한 사람을 뽑는 경향이 있어요. 저 역시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난 까닭에 최유희는 일본에서 상당히 인기 있는 무용수다. “일본에서 태어났다고 일본에서 많이 성원해주세요. 제가 한국 국적이라서 이제는 한국 분들도 많이 관심을 가져주시니 너무 든든합니다.”
글·사진=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