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초대석] 예장백석 노문길 총회장

입력 2010-12-05 15:04


[미션라이프]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노문길(66·여주 새소망교회 목사) 총회장을 만나면 놀라는 게 있다. 목회자가 교단 정치를 오래하다 보면 정치적 수사에 능하게 된다. 목회자보다는 정치인에 가깝다는 인상을 풍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노 총회장은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이다. 언변이 화려하지 않지만 그의 말에서 깊은 신앙심과 신학적 성찰, 목회자의 소명에 대한 집중력을 느끼게 된다.

최근 서울 방배동 백석 총회본부에서 만나 총회장으로서 교단 발전과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사회 변화 속에서 교회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는 답변에 앞서 지난 9월 총회장이 된 뒤 바쁜 일정 때문에 전도를 마음껏 하지 못하고 있어 하나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지난달 22∼24일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설악에서 열린 목회자 사모 영성대회에서 예장 백석의 기도 열기가 매우 뜨거운 걸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장로교단이 아닌 오순절교단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는데.

“백석 교단의 목사와 사모들은 매우 순수합니다. 그리고 열정이 남다릅니다. 뜨거웠던 초대교회처럼 모이면 기도합니다. (하나님)말씀을 배우는데도 매우 적극적입니다. 이번 대회 기간 모든 순서마다 목회자와 사모들의 참여 열기가 매우 높아 장소가 비좁을 정도였습니다. 새벽기도회 때도 빈 자리가 없었죠. 예장 통합이나 합동에 비해 우리의 교단 역사는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향한 마음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현재 어떤 사역에 집중하고 있는지요.

“직전 총회장인 유만석 목사는 지난해 9월 총회에서 예장 합동정통에서 예장 백석으로 교단 명을 바꾼 뒤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같은 기반위에서 저는 이번 회기엔 내실을 다지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내년 9월까지, 즉 1년 회기동안 ‘한 마음, 한 뜻으로 성장하는 총회’를 만드는 데 모든 구성원들과 힘을 모으려고 합니다. 교회가 부흥하고 각 노회가 든든히 서갈 수 있도록 총회는 확실한 울타리가 되려고 합니다. 아울러 도시상가교회 및 농어촌 미자립 교회를 성장시키는데 힘쓸 것입니다. 이는 빌립보서 2장 5절에 나와 있는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마태복음 28장 20절의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증인이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백석 교단과 통합을 원하는 교단들이 적잖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습니까.

“어느 교단이라고 꼭 집어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많은 곳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실제적인 만남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교단은 교세만을 늘리는 통합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장로교단이 하나 되는 일이라면 대화의 장을 활짝 열어놓고 있습니다.”

-교단과 백석학원은 바늘과 실과 같은 관계인데요. 그런 점에서 장종현 백석학원 설립자가 주창한 개혁주의생명신학이 백석교단의 신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개혁주의생명신학은 한마디로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성경으로 돌아간 기도운동, 말씀운동, 생활운동입니다. 기독인들은 말씀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말씀대로 살아야 합니다. 목회자나 성도나 성경을 떠나서는 존재할 가치가 없습니다. 백석학원(백석대학교, 백석문화대, 백석예술대, 백석신학)에서 말씀을 가르치면 총회에서는 그 말씀대로 살고 생명을 회복하는 운동, 목회 현장인 교회와 사회를 살리는 운동을 하게 됩니다. 학교가 어머니라면 총회는 아버지인 셈입니다.”

-최근 백석 교단은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대표회장(양병희 목사)를 배출했습니다. 장종현 백석학원 설립자가 현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공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합기관에서 백석의 역할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데요.

“백석 교단은 교계에 상당한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교계의 협력자요, 동력자로서 맡은 바를 충분히 이행할 것입니다. 젊은 인재를 많이 등용해 교계 연합사업뿐 아니라 사회복지, 군선교, 해외선교, 교육선교 등 다방면에서 역할을 감당할 것입니다. 한기총이나 한장총 등 연합기관에서 추진하는 일에도 적극 협력할 것입니다.”

-2013년 WCC 부산총회 유치로 인해 한국교회가 의견이 분분한 게 사실입니다.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실 의향은 없으신가요.

“WCC 부산총회가 잘 준비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저희 교단과 WCC는 교리 부분에서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적극 지지할 수는 없습니다.”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이나 이단사이비 발흥 등 교회들이 목소리를 내야 할 사안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요.

“동성애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위배하는 것입니다. 동성애 처벌 금지법은 하나님의 신적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입니다. 개혁주의생명신학에 교회와 성도들을 살리는 길이 있습니다. 이는 이단 사이비를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입니다. 고린도전서 11장 1절,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 받는 자가 되라’고 한 바울의 고백처럼 우리는 생활 속에서 모범이 돼야 합니다. 세상이 우리를 보고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말보다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영성과 사회성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교회가 북한문제 더 나아가 남북통일에도 적잖은 기여를 해야 할텐데요.

“연평도 포격사건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는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안의 국론 분열 상태 또한 종식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김정일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와 북한 주민들을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죄는 미워해야 하지만 핍박 속에 신음하는 주민들은 중보기도가 필요한 대상입니다. 북한 지도부의 잘못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길은 무력에 있지 않습니다.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을 낳을 뿐입니다. 예수님의 사랑 외에는 인류의 각종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습니다.”

-총회 일에 집중하다보면 자칫 개인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는데요. 개인의 영성 및 건강 관리, 개 교회 관리 등은 어떻게 하시는지.

“총회장에 부름 받았다는 건 개인 및 가정에도 큰 영광입니다.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각 노회들을 순방하고 영성대회를 주최하고 미자립교회를 위한 전도세미나 및 목회자 재교육에 동분서주하다보면 자신은 물론 교회를 돌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저는 동역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영적인 부분은 수시로 기도하고 때로는 강력한 성령의 임재하심을 체험하면서 채워가고 있죠. 하나님께서 건강한 몸을 허락해주셨습니다. 사모 또한 저의 건강을 많이 챙겨줍니다. 무엇보다 저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 합니다. 교회는 목회자인 아들이 도와주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수시로 전도하는 목회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전도 노하우를 공개해주시지요.

“전도는 사랑입니다. 전도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겁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게 전도입니다. 저는 전도 현장을 떠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목회자는 비기독인들이 교회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됩니다. 그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관심을 표해야 합니다. 아울러 자기교회에만 나오라고 해서도 안 됩니다. 모든 교회가 부흥해야 진전한 부흥 아닐까요. 복음에 관심을 보이는 분에게는 근처에 좋은 교회가 있으면 적극 소개해줘야 합니다. 잃어버린 영혼을 구원해야 하는데 내 교회, 네 교회가 어디 있습니까. 그저 하늘 편지를 배달하고 집에서 가까운 교회에 다니라고 합니다.” 글=함태경 기자, 사진=이병주 기자

노문길 총회장=1944년생. 천안대(현 백석대) 신학과 졸업.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목회학석사(M. Div). 백석대 신학석사(Th. M). 시에라레온대 명예철학박사, 한국기독교부흥사협의회 공동회장·여주군 장로교연합회 회장·예장 백석 총회 연합과 일치위원회 위원장 역임, 현재 온누리복음화협의회 실무회장. 여주군 기독교사회복지센터 부이사장, 기아대책 여주지부 부이사장, 미얀마 로고스신학교 이사장, 빈민구제은행인 사마리아은행장.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