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협상 안팎] 나흘간 엎치락 뒤치락… 금요일 심야 전격 발표
입력 2010-12-04 00:44
나흘 동안 이뤄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타결 과정은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이었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나중에 알게 되면 뒤집어 질 것”이라는 말처럼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회담장은 처음부터 기자들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봉쇄됐고, 미국 측은 사진촬영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였다. 간간이 호텔 로비에서 김 본부장이 “어렵다. 됐다 안됐다 한다”고 최소한 분위기만 전해주는 것이 모두였다.
타결 조짐이 보인 것은 9일(현지시간), 협상 초기에 한껏 높았던 미국측 조건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자동차 부문에서였다. 김 본부장도 처음으로 “진전이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측 요구가 낮아진 이유는 우리측이 자동차에서 양보할 경우 다른 부분에서 미국측이 내줄 것을 워낙 완강히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은 ‘이익의 균형’ 측면에서 이 원칙을 계속 고수했다.
미국은 자동차 문제에 대한 우리측 최종안에 대해 즉각 답을 주지 않았다. 이 안을 놓고 미국 협상단은 자동차 문제에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상하원 의원들의 생각과 노조측의 의견도 현장에서 참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초기 미국측 내에서도 이해 당사자들간에 밀고당기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측은 계속 외부와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외부란 백악관도 있지만, 자동차 등 관련 업계와도 상당한 비중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본부장은 “결국 무역은 업계가 하는 것이고, 미국측은 그런 것이 철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쇠고기 문제와 관련, 김 본부장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미국측은 우리측을 압박하기 위해 쇠고기 문제를 우회적으로 거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 협상단은 ‘한국의 정서를 알면서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일축했다고 한다. 일부 외신에서 쇠고기 문제가 주요 이슈라고 보도했던 것도 미국측의 외부 압박 전략이 아니었느냐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외신들도 오보를 한다”고 일축했다.
우리측 협상단은 이번에는 최종 타결을 보고 돌아오라는 ‘확실한’ 지침을 받고 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이틀 시한이었던 협상 일정이 최소한 이틀정도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회의 시작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협상단이 최종 타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고, 귀국해서 정부 보고후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은 그만큼 국내 여론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당장 야당이나 FTA 반대세력들이 문제점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종 타결 소식도 서울 시간으로 금요일 심야에 맞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