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검사’ 현금도 받았다… 건설업자로부터 청탁대가로 1600여만원

입력 2010-12-03 22:25

검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을 초래했던 전직 부장검사의 그랜저 승용차는 결국 뇌물이라는 검찰의 재수사 결과가 나왔다.

‘그랜저 검사’ 의혹을 재수사 중인 강찬우 특임검사는 3일 지인의 사건 편의를 담당 검사에게 청탁한 대가로 46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뢰)로 전직 부장검사 정모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임검사 수사 결과 정씨는 지인으로부터 그랜저 승용차 외에 별도로 1600만원의 현금·수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임검사팀이 수사 착수 17일 만에 정씨의 범죄 혐의를 밝혀냄에 따라 지난 7월 그를 무혐의 처분한 서울중앙지검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부실수사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당시 수사팀과 결재라인에 대한 대검 차원의 감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 특임검사는 “당시 수사팀의 수사 과오 문제는 대검 감찰본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해 1월 말 S건설 대표 김모씨로부터 시가 3400만원인 그랜저 승용차를 받고 자신이 사용하던 승용차(시가 400만원)를 김씨에게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가 4개월 후 승용차값을 돌려준 것도 자신이 이 사실로 고발된 것을 김씨 측으로부터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 특임검사는 정씨가 그랜저 승용차를 받기 전후 김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1600여만원의 현금과 수표를 받은 사실도 새로 밝혀냈다. 정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김씨는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두 사람은 그랜저 승용차 수수를 전후해 별건의 금품수수 사실이 드러나면서 승용차 대금 역시 뇌물로 전달됐다는 수사 결과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정씨와 오래전부터 사적으로 알고 지낸 김씨는 3년여간 수감됐다 석방된 뒤 자신의 재산 분쟁과 관련한 민형사 소송을 준비하던 2007년 후반부터 정씨를 자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씨가 정씨의 징계 무마를 위해 고발인 측에 60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은 실제 ‘채무변제’로 확인돼 종결됐다.

한편 김씨의 고소 사건을 처리했던 도모 검사는 사건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게 없고, 정씨의 부탁을 받긴 했지만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사실이 없어 무혐의 처분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정씨와 김씨가 승용차 구입 대금을 빌리고 갚았을 뿐 대가성은 없었다”고 결론내리고 고발 내용을 무혐의 처분했지만 국정감사에서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달 재수사를 결정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