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안보, 이대로는 안된다] ② 관리형 군이 부실 대응 키웠다

입력 2010-12-03 18:10


올 들어 세 차례 이뤄진 북한의 기습적인 도발에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원인은 ‘군(軍)’이 ‘군’답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리 군이 현재 전투수행 능력 중심으로 움직이는 ‘전투형 군’이 아니라 안전사고 관리에 급급한 ‘관리형 군’이라고 진단한다. 3일 국회 국방위원회 청문회에서 김관진 국방장관 후보자가 “보여주기 식 전시 위주를 뿌리 뽑고 오직 작전 결과와 능력으로 평가받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고 다짐한 것도 이런 비판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 담겨 있다.

중부전선에서 근무 중인 한 장교는 “우선적인 임무는 부대의 사고 방지”라고 토로했다. 부대 전투력 향상을 위해서는 강한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자살이나 총기사고 등을 우려하다 보면 전력을 투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대신 병사들의 ‘심기’를 살피는 일에 더 신경 쓴다. 이 장교는 “훈련을 강화하고 일을 제대로 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면 진급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기수별, 출신별로 ‘균등한 기회’를 준다는 명분 때문에 나눠먹기 식 인사가 시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군 관계자는 “기수 순서대로, 지역별로 게다가 사고를 낸 적 없는 무난한 인물 위주로 진급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며 “미국 등 선진국처럼 중요한 직책은 엄격하게 능력이 검증된 인물이 충분한 기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이 관리 군으로 약화된 데는 대적(對敵)관이 흔들려 온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군의 한 관계자는 “싸울 대상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투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적은 북한인데도 군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지난 10여년간 이를 분명히 해오지 못했다. 국방백서 발간 때마다 주적개념 명기 여부가 논란이 됐다.

주적개념이 약화되자 군은 북한의 군사적인 능력과 의지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대비하기보다 도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에 매달려 왔다. 감청부대장을 역임한 한용철 예비역 장군은 “군이 북한에 대해서는 무한한 의구심을 갖고 분석해야 하지만 안이한 대북 의식에 젖어 등한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재임 시 북한의 위험한 의도에 대한 분석 자료는 종종 하급부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현장 지휘관들은 북한의 도발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라는 지시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가 들어선 뒤 현장 지휘관의 재량권을 강화한다는 군의 공언이 계속됐지만 판단을 기피하는 자세는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합참에서 근무하는 한 장교는 “현장 지휘관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일일이 의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적, 경제적인 논리로 군을 흔들어 온 것도 군의 전투 의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장성급 인사는 물론 영관급 인사에도 정치권의 청탁과 압력이 적지 않았고 주요 군사기지들이 경제논리로 기형적으로 변형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활주로 비틀기’라는 비아냥을 받는 성남 제2롯데월드 건설과 포스코의 포항 신제강공장 증축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