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생명체 탐색 대상 확대하는 大사건”… 나사의 ‘비소 기반 박테리아 발견’ 과학계 반응
입력 2010-12-03 18:04
지구 생명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비소 기반 박테리아(GFAJ-1)’가 처음으로 발견됐다는 3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 발표와 관련, 국내외 과학계는 “생명체에 대한 종전의 개념을 바꿔야 하는 획기적 사건으로, 특히 우주 생명체 탐색 대상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탄소(C), 수소(H), 질소(N), 산소(O), 인(P), 황(S) 등 이른바 ‘생명체 필수 6대 요소’를 기반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NASA 펠리사 울프 사이먼 박사팀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국립공원 모노 호수에서 찾아낸 GFAJ-1은 6대 요소 중 ‘인’ 대신 ‘비소(AS)’를 영양분으로 삼아 생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독성 물질인 비소는 주기율표에서 인 바로 밑에 있어 원소 특성이 인과 비슷하다.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생명체 유지 요소에 대한 기존의 틀을 완전히 허문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알고 있는 생명체에 대한 정의가 넓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변용익 교수는 “지금까지 생명체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았던 환경에서의 생명체 발견은 우주 생물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애리조나 스테이트대학(ASU)의 폴 데이비스 교수도 NASA 발표 직후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주최 심포지엄에서 “우리가 가진 생명체의 개념이 지나치게 지구 중심적이다. 이런 기존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낯선 생명체(weired life)’, 더 나아가 ‘그림자 생물권(shadow biosphere)’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형태로 지구에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들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견으로 지구와 구성 물질, 대기환경 등이 근본적으로 다른 외계 행성에서 인류가 생각하는 범위 밖의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도 더욱 커졌다. 지금까지 NASA 등 많은 연구자들은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해 지구와 동일한 생명체 필수 6대 원소가 있는 행성에서만 탐색 작업을 벌여왔다.
극지연구소 극지생명과학연구부 이유경 박사는 “지구와 원소 조성이 다른 행성이나 위성에 지구 생명체와는 다른 종류의 원소를 구성 물질로 갖는 우주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비소는 인과 달리 태양계는 물론 우주공간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는 원소로 알려져 있다. 실제 화성과 토성의 위성 타이탄을 비롯한 태양계의 행성에서 비소는 중요한 구성 요소로 밝혀진 바 있다. NASA도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화성과 토성 등의 외계 행성에서의 생명체 탐색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