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파장] 유엔 고위관료 개인정보 수집… 美 CIA, 국무부에 요청
입력 2010-12-03 18:06
미국 국무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유엔 고위관료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건 미중앙정보부(CIA)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미 국무부가 해외 정치지도자 정보수집에 나선 게 ‘정보조직’의 요구 때문이라고 미국 정부의 한 고위관료가 밝혔다고 전했다. 이 관료에 따르면 CIA는 2001년 9·11테러 이후 인적 정보 수집(Humint) 담당관이라는 직책을 신설했는데, 이 담당관은 매년 CIA가 필요한 해외 정치지도자의 개인정보 목록을 작성한 뒤 우선순위까지 매겨 국무부에 전달해 왔다.
이 관료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도 미국 외교관이 간첩 행위를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사실 외교관들은 현안에 관련된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국가 정보지식 시스템에 보고하고 있다”며 “이는 전적으로 적절한 임무이며 미국 법의 엄격한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엔 직원에 관한 개인정보 수집 행위는 국제법으로 금하고 있다. 한 유엔 관계자는 “국무부 전문에 묘사된 정보 수집 행위는 국제조약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며 “미국은 유엔총회에서 견책을 당하거나 심하면 국제형사법정에 서야 할 수도 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인터넷 내부고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電文·cable)에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과 전임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전 세계 미 외교관들에게 반 총장 등 세계 지도자들의 신용카드 번호와 이메일 비밀번호, 생체정보(유전자) 수집 등을 지시한 내용이 있었다. 미 국무부가 생체정보 수집을 지시한 대상은 이 밖에도 유엔주재 북한 외교관,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의 유엔대사가 포함돼 있었다. 또 파라과이에선 현지 주재 중국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사회주의권 국가의
외교관 전화번호와 통화내역을 수집하라는 명령도 있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직전에도 코피 아난 당시 유엔사무총장의 통화 내용을 감청하고 미행했던 적이 있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