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주민 통제 강화 전망… 섬 떠나는 주민 늘어나

입력 2010-12-04 11:04

[쿠키 사회] 앞으로 서해에서 해상사격훈련이 실시되면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5도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이전보다 강도 높게 통제될 전망이다.

합동참모본부는 해상사격훈련 중 ‘북의 연평도 포격’이 발생함에 따라 향후 해상사격훈련이나 북 도발 시 주민을 군 통제에 따라 대피시킬 수 있는 명시화된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3일 밝혔다.

북의 도발·침투 등으로 인한 위협으로부터 주민의 안전을 효과적으로 지키기 위해 통합 방위법 및 시행령의 개정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에 따라 백령도 해병6여단은 그동안 해상사격훈련 실시 하루 전 주민들에게 알리고 조업을 통제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북의 도발 개연성이 높아지면서 적극적인 주민 통제가 불가피하게 됐다.

군 관계자는 “협의와 절차를 거쳐 지금보다 보다 강하게 주민을 통제할 명문화된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주민의 안전을 고려하되 일상이 제한되지 않도록 주민들과 의견을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북한의 다음 공격이 백령도가 되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과 함께 앞으로 훈련 기간 중 강화될 군의 통제를 우려하고 있다.

숙박업소, 여행·관광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경우 현 상황만으로도 최소 반 년 이상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섬을 떠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인천행 배를 타던 주민은 “사람들이 많이 떠났다. 군이 훈련할 때 마다 마음 졸이고 싶진 않다”고 토로했다.

백령도 중심지인 진촌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은 “서로 눈치가 보여 인천에 볼 일이 있다고 둘러대고 나간다.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게 요즘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백령도를 떠나는 행렬은 계속 되고 있다. 11월 23일부터 3일까지 백령도 주민등록자 5078명 중 879명이, 군인가족 227명 중 40%이상인 90여명이 섬을 떠났다. 군이 제 가족을 피란 보냈다며 제기된 의혹에 여단장이 서울에 있던 아내마저 백령도로 불러들이고, “군이 오해 사지 않도록 주의하라”며 구두 지시를 내렸던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이의명(59) 백령도 주민대책위원 위원장은 “백령도를 위해서 군의 통제를 감내해야겠지만 주민들이 손해 보는 측면을 군과 정부가 잘 헤아려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