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건설 채권단 냉정하게 판단하라
입력 2010-12-03 18:07
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의 공방이 볼썽사납다. 최우량 건설기업으로 거듭난 현대건설을 탐내는 것이야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가 갖는 현대가(家)의 상징성 때문인지 의혹 제기와 비난이 난무하고 서로를 무고·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사태로 비화됐다.
당초 지난달 16일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우선인수대상자로 선정하면서 인수전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런데 현대그룹의 인수대금 내역 중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의 대출금 1조2000억원과 동양종합금융증권 자금 8000억원의 실체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태는 꼬여갔다.
그 와중에 매각 주관사인 외환은행이, 지난달 29일 우리은행·정책금융공사 등이 포함된 채권단의 동의 없이 현대그룹과 매각 양해각서(MOU)를 채결해 채권단 내부에서도 논란을 빚었다. 이에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나티시스은행과의 대출계약서를 요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3일 현대그룹은 대출계약서 대신 나티시스은행이 공증한 대출확인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대출확인서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출확인서에 대출 만기, 금리 관련 내용 등이 포함돼 있지 않아 1조2000억원은 인수자금 결제 시기 전에 상환해야 하는 초단기 자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철저한 소명을 꺼리는 현대그룹도 문제지만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매각 주관사인 외환은행에 대해 대대적인 예금 인출을 시도하는 등 압박을 가하는 현대차그룹도 바른 태도라고 하기 어렵다. 대출확인서의 효력에 대한 판단은 현대차그룹이 아니라 채권단의 몫이다. 현대건설 인수대금 내역에 문제가 있다면 MOU를 해지하면 그만이다.
인수자금의 철저한 투명성이 요청되는 것은 현대건설 지분을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정책금융공사에 국민의 혈세가 투입돼 있기 때문이다. 혈세로 살린 현대건설이 매각 후 다시 재무적 어려움에 빠진다면 큰일이 아닌가. 채권단의 냉정한 판단을 촉구한다. 더 이상의 의혹 제기, 법리 공방은 무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