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종 목사의 케냐 지라니합창단 감동다큐… 절망에서 부른 희망
입력 2010-12-03 17:29
쓰레기더미 옆에 살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준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빈민가의 아이들을 오케스트라에 가입하게 해 음악 및 인성 교육을 하는 시스템) 사례에서 보듯 교육적인 효과를 분명히 기대할 수 있겠지만, 베네수엘라와는 달리 제반 조건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영화 ‘하쿠나마타타-지라니 이야기’는 한국인 임태종 목사가 케냐에서 빈민가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며 이룬 미완의 성공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임 목사는 2006년 지라니 합창단을 창단하고 40여명의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음계가 무엇이고 화음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던 아이들도 차츰 음악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한 아이의 엄마는 “합창단에 들게 된 뒤 아이가 공부도 열심히 한다”며 기뻐하고, 합창단 전체의 실력도 쑥쑥 커져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 해외 공연을 성사시키기에 이른다. 여기까지는 영화 ‘맨발의 꿈’이나 ‘엘 시스테마’와 비슷한 이야기다.
그러나 단순하고 뻔한 ‘감동 스토리’가 아니라 감동 이면에 있는 현실 이야기를 드러냈다는 게 이 다큐멘터리의 미덕이다. 임 목사를 비롯한 지라니 합창단의 스태프들은 난관에 부딪친다. 근본적인 문제였기에 쉽게 해결할 수도 없었다. 바로 ‘합창단의 미래’에 관한 것. 지금은 아이들이 잘 따라와 주고 있지만,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된다면 합창단은 아이들에게 어떤 디딤돌이 될 것인가. 합창단 모든 아이들의 음악적 재능이 탁월하다거나, 케냐의 다른 아이들보다 합창단 아이들이 더 소중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인 스태프들과 케냐 현지 스태프, 합창단 아이들 사이에 갈등도 싹텄다.
케냐에는 세계적인 음악가를 키워낼 수 있는 ‘엘 시스테마’가 없었고, 합창단을 졸업하는 아이들이 어떤 지원이든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합창단을 둘러싼 스태프들의 논의는 숱한 시행착오와 모색 끝에 어떤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부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 없었던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임 목사와 봉사자들의 헌신이 주는 감동과 별개로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하는 영화다. 전체관람가. 9일 개봉.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