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옥 네번째 시집 ‘노랑’… 눈물이 말랐다고 울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랍니다
입력 2010-12-03 17:27
오봉옥(49·사진)은 1980년대의 심부에서 변혁운동의 열정을 앓던 시인이다. 장시집 ‘붉은 산 검은 피’(1990)는 그 열정의 반영인데, 당시 시집을 펴낸 출판사 대표와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옥고를 치렀다.
최근 출간된 그의 네 번째 시집 ‘노랑’(천년의시작)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색채 감각의 갱신을 통해 더 따스하게 트인 다채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지난날의 시편들이 붉고 검은 ‘무거움’의 빛깔이었다면 이번 시편들은 노랑과 초록으로 상징되는 ‘가벼움’의 빛깔로 갈아입고 있다.
“시작은 늘 노랑이다. 물오른 산수유나무 가지를 보라. 겨울잠 자는 세상을 깨우고 싶어 노랑별 쏟아낸다. 말하고 싶어 노랑이다. 천개의 입을 가진 개나리가 봄이 왔다고 재잘재잘…”(‘노랑’ 부분)
그런가하면 “어머니는 나에게 야생 초록을 안겨주었다. 눈 뜨면 내 앞을 떠억 가로막는 건 푸른 산이었다.”(‘초록’)라며 시인은 초록을 호출하기도 한다. 노랑과 초록은 생명의 시작을 의미하지만 한편으로 오봉옥의 새로운 시적 출발을 알리는 발신음이기도 하다.
가볍고 밝은 톤의 동화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공놀이’도 그런 출발선 위에 놓여있다. “한 아이가 학원도 가지 않고/달을 차고 논다./발끝으로 톡톡 건드리다가/질풍처럼 몰고 가기도 하고/하늘 높이 뻥, 내지르기도 한다./그 순간 달은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저 혼자 노는 아이가 안쓰러워/다시금 풀밭에 통통통 떨어진다.”(‘공놀이’ 부분)
아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달을 차며 세상의 주인이 되고 있다. 그 아이는 오십을 바라보는 시인 자신이기도 하다. 아니, 그는 애당초 온종일 달이나 차며 놀고 싶은 시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짐짓 시인은 “나도 한때는 눈물 많은 짐승이었다”(‘달팽이가 사는 법’)라고 선언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달만 좇는 음지적 생태의 시인이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음지도 양지도 시인의 것이다. 눈물이 말랐다고 해서 울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이는 눈물보다 보이지 않는 울음에서 모든 색깔이 탄생할 것을 믿는 시집이다.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