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타르에 밀려 20년만의 월드컵 유치 무산

입력 2010-12-03 09:56

20년 만에 지구촌 최대 축구 축제인 월드컵을 유치하려던 한국의 꿈이 무산됐다.

한국은 3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메세첸트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22명의 투표 결과 카타르에 밀려 2022년 월드컵 축구대회 유치에 실패했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투표가 끝난 뒤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최종 결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FIFA 규정에 따라 투표 과정에서 각국이 얻은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동시에 실시된 2018년 월드컵 개최지 투표에서는 러시아가 잉글랜드, 네덜란드-벨기에, 스페인-포르투갈(이상 공동개최)을 제치고 유치국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이 2022년 월드컵 유치에 실패한 것은 일본과 함께 2002년 월드컵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인식과 함께 집행위원들에게 뚜렷하게 어필할 만한 ‘확실한 한방’이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지난해 월드컵 유치 희망 의사를 밝힌 이후 경쟁국들로부터 “8년 만에 월드컵을 다시 유치하려 한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한국은 이에 대해 실제 월드컵은 2022년에 개최돼 20년 정도의 기간이면 적당하다고 항변했지만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22년 월드컵 유치를 희망한 국가 중 카타르, 호주는 첫 개최가 되고 미국은 1994년 이후 28년 만에 개최를 희망해 기간만 놓고 보면 한국과 일본이 가장 불리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최근 20년 이내 월드컵을 유치한 국가는 멕시코로 1970년 월드컵을 유치한 이후 1986년 다시 월드컵을 개최했다. 또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하는 결정 방식 자체도 한국의 월드컵 유치 실패로 이어진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유치 명분이 집행위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월드컵 유치가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는 한국이 국제 스포츠 행사를 유치할 때마다 내걸었던 명분이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희망하는 평창의 경우도 2010년과 2014년 모두 남북한 긴장 완화를 주요 명분으로 내걸었고,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 시에도 남북 단일팀 등 남북 관계를 유치 명분의 하나로 들었다.

세계 유일 분단국으로 남북 긴장 완화가 주요 명분이 될 수는 있지만 ‘전가의 보도’처럼 남용된다는 지적이다. 또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실제 1일 한국의 프레젠테이션 이후 AFP통신은 “흥겨운 분위기의 호주와 달리 시종일관 무거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투표를 며칠 앞두고 터진 연평도 포격 사건도 한국의 바람과 달리 유치의 당위성을 뒷받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김황식 국무총리, 한승주 유치위원회 위원장,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이 잇따라 프레젠테이션에 나섰지만 AP통신이 “아웃사이더”로 평가할 만큼 집행위원들의 코드에 부합하지 못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