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美의회, 새 START 비준 반대 멍청한 짓”
입력 2010-12-02 21:2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핵무기 증강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달 2일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미국 공화당이 양국 간 체결한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비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비준 촉구성 경고다.
푸틴 총리는 1일(미국시간) 미국 CNN방송의 인기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러시아와 미국이 핵 군축과 관련한 공동의 노력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러시아 안보를 위해 핵능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도 원치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군비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이 자신들의 관심사를 무시하고 반대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핵미사일 기술을 전면 재배치하는 문제를 포함해서 우리는 뭔가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푸틴 총리는 이란 핵 문제와 관련,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의혹을 가질 만한 근거가 없다”며 “이란은 국제기구의 통제 아래에서 핵 프로그램을 추진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에 대해선 “러시아군은 아프간에 주둔할 수도 없으며 그러지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푸틴 총리는 인터뷰에서 가족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에는 테러와 관련해 많은 문제가 있다. 그래서 가족, 특히 딸들의 안전에 대해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딸들을 공개된 무대로 끌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애들도 그걸 원치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이뤄진 푸틴 총리와 저명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의 인터뷰는 미국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화상 대화 형식으로 40분간 진행됐다. 래리 킹은 푸틴에게 영어로 질문을 했고 푸틴 총리는 러시아어로 답했다.
푸틴 총리는 2012년 차기 대선 출마 계획도 언급했다. 푸틴 총리는 “(2012년 대선에 누가 나가느냐는) 문제는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조율해 결정할 것”이라며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좀 더 두고 보자”고 말했다.
푸틴 총리는 이어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서 자신을 ‘배트맨’으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배트맨의 조수인 ‘로빈’으로 표현한 것과 관련, “비윤리적”이라는 표현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나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그처럼 불손한 평가를 받으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며 “그러한 관측은 현실에 맞지 않는 비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총리가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한 건 10년 만이다. 푸틴 총리는 대통령 취임 초기였던 2000년 9월 래리 킹과의 첫 인터뷰에서 같은 해 8월 수병 118명의 목숨을 앗아간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침몰 사건과 관련, ‘쿠르스크호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라는 질문에 “가라앉았다”고 답해 엄청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