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2011년에도 침체 여전… 유엔 전망, 美 추가부양 합의 못하면 더블딥 가능성

입력 2010-12-02 18:45

내년에도 세계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유엔이 전망했다. 유엔 경제사회국이 이날 공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1%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6월 예측치보다 0.1% 포인트 낮춘 것이다.

유엔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롭 보스 경제사회국장은 이날 보고서를 공개하며 “세계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올 하반기에 선진국의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회복 속도가 느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도 성장률로는 금융위기 이후 사라진 3000만개의 일자리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보스 국장은 “우린 여전히 (경제 위기의) 숲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위험은 아직도 상존한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내년도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상, 올해 2.3%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엔은 유럽과 일본도 내년에 또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면서 유로권이 올해 1.6% 성장한 후 내년에는 1.3%로 성장 폭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 올해 2.6% 성장하지만 내년엔 1.1%로 대폭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률은 6.0%가 될 것으로 봤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중국의 8.9%, 인도의 8.2%라는 높은 성장률에 힘입어 전체적으로 7.1% 성장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보스 국장은 특히 미국의 상황을 우려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공화당 중심의 의회가 추가 부양 여부를 놓고 갈등하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그는 “지금처럼 높은 불확실성이 유지되고 금융시장에까지 불안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정책 당국이 합의하지 못하면 더블딥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보스는 “경기 회복세를 견고히 하기 위해 더 많은 재정 부양이 필요하다”면서 “통화 정책 공조, 고용 창출, 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해 각국이 재정 집행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폴 볼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같은 날 뉴욕 비정부기구(NGO) 회동에서 “미국의 지도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믿음을 지켜가기가 갈수록 힘들 것”이라며 “미국이 경제와 군사력에서 모두 슈퍼파워 역할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의 현실은 금융시장이 망가지고 경제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며 정치도 분열되고 있다”면서 “달러가 기축통화 자리를 잃게 될지 모를 위험에 처했다”고 개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