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브레이크’ 등 美 드라마 대본 쓴 모니카 메이서 “소수인종 그리는 대목 의견 많이 내”

입력 2010-12-02 21:16


‘프리즌 브레이크’ ‘로스트’ ‘24시’는 미국 드라마지만 국내 시청자에게도 익숙하다. 국내 지상파 채널과 케이블 채널을 가리지 않고 방영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 히트작의 대본 작업에 모두 참여한 미국 드라마 작가 모니카 메이서를 2일 서울 상암동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에서 만났다. 그는 한콘진이 주최하는 콘텐츠 창의워크숍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나이를 묻자 그는 “나이를 밝히면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는 ‘로스트’로 2006년 미국 작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WGA(Writer’s Guild of America)를 수상했다. 후속작 ‘프리즌 브레이크’도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다. 대부분 그렇듯 그의 성공 뒤에도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다.

“드라마 ‘24’ 보조작가로 TV드라마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는 그는 “보조작가 시절부터 한 시간 안에 어떤 장면을 쓰라고 하면 무조건 쓰는 것을 연습했다. ‘로스트’ 때는 에피소드 장면이 부족하면 그 장면을 기필코 만들어냈다. 자료조사도 많이 했다”며 기본기를 강조했다.

그의 경력을 보면 특이한 구석이 많다. 대학 때는 아프리카학을 전공했고, TV드라마 쪽으로 오기 전에는 독립영화 PD로 활약했다. 그가 연출한 독립영화 ‘파크 데이’는 ‘어발 월드 필름 페스티벌’에서 관객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 엄마와 흑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미지의 섬에 고립된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로스트’에는 흑인 3명과 한국인 2명이 나온다. 그는 “작가들이 대부분 백인 남자여서 한국인과 흑인 문화를 잘 모른다. 로스트의 ‘선’과 ‘진’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내 의견을 많이 물었다. 소수인종을 그리는 대목에는 내 목소리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 중에서는 ‘커피프린스’를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한국 드라마 시스템에 대해서는 창작자에게 자유가 더 많이 주어지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일상화된 쪽대본(시간에 쫓긴 작가가 급하게 보낸, 바로 찍을 장면의 대본)은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국의 주먹구구식 제작 시스템에 일침을 놓았다.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석호필이 벽에 있는 병뚜껑을 빼는 장면을 만들려고 한다면, 작가가 윤곽을 그리고 촬영을 위한 자세한 설명을 붙이는 등 한 장면에 최대 한 달이 걸리기도 해요. 물론 급할 때도 있지만 세트장에서 대본을 팩스로 받는 경우는 없어요. 그런 일이 있다면 (목이) 잘릴 것입니다. 돈 퍼부어서 프로젝트를 하는데 그렇게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면 다른 스태프들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웃음).”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