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신료 인상 논란, 길게 끌 일 아니다
입력 2010-12-02 18:50
KBS가 여야 추천 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30년 만에 TV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리는 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KBS의 이번 수신료 인상안은 그동안의 물가 등을 고려해 30년 만에 처음으로 일부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관점에서 아쉬운 점도 크다.
우선 연말 공공요금 부담 등으로 서민 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 수신료를 인상한다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광고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 또한 공영방송의 이상과 정신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파적 이해에 묶여 마치 ‘볼모’처럼 잡혀 있던 KBS를 진정한 공영방송의 길로 나가도록 첫발을 뗄 수 있게 해 준 뒤에 제대로 하는지 엄중한 감시와 채찍질을 해야 한다고 본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란만 되풀이해서는 진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앞서 언급한 이번 ‘1000원 인상+광고 유지’안의 문제점은 상호 배치되는 측면이 강하다. 공영방송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폐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인상액이 클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국민 부담을 무겁게 하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KBS의 인상안은 국민 부담을 최소화 하는 데 우선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KBS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겠지만 ‘객관성’과 ‘사실성’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지난 9월과 10월 한국광고주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대규모 조사에서 KBS의 영향력과 신뢰도가 1등으로 나왔다.
TV 수신료가 일정부분 인상되더라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반드시 점검할 것이 있다. KBS가 약속한 공영성 강화, 공적책무 확대를 실제로 이행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는 일이다. 난시청을 해소하는지, 공익 프로그램을 크게 늘리는지, EBS를 더 많이 지원하는지, 다른 방송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룰 것인지, 자구노력과 경영 개선을 지속적으로 실행할 것인지 등을 감독하고 그 결과에 대해 엄격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오건환(방송기자클럽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