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서도 '의심 한우'…구제역 고삐 풀렸다

입력 2010-12-03 01:24

전북 임실에서도 의심증상이 발생하는 등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돼지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소와 양·염소로 확대되고 있고, 살처분된 가축수도 5만 마리를 넘었다.

전북도는 2일 “임실군의 한 축산농가에서 구제역이 의심되는 한우 2마리가 발견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 진단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첫 확진판정(그래픽 1,2번)이 내려진 돼지농가 주변 4곳의 농장이 구제역에 감염된 데 이어 이날 모두 13건의 의심신고가 무더기 접수됐다. 경북지역을 제외한 전북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한우 20여 마리를 기르고 있는 임실의 한 농가에서 10마리를 대상으로 이날 간이 항체검사를 한 결과 2마리에서 구제역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간이 검사여서 정확성이 떨어지고, 입술에 물집이 생기거나 침을 흘리는 등의 증상은 없어 실제 구제역으로 판정날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정밀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농가에는 최근 구제역이 발생한 경북 안동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축산 관련 실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안동시 와룡면 2곳, 이천동 1곳 등 총 3개 농가의 한우가 모두 양성 판정을 받았고 구제역 의심신고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모두 최초 발생농가로부터 10㎞까지인 경계지역 범위 내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 의심신고는 방역망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인근 시·군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이날 경북도청에서 중앙가축방역협의회를 열고 “가축 매몰처리 범위는 구제역 발생 시 기존대로 500m를 유지하되 역학 관련 농가에 대해 예방적 매몰처리를 과감히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안동 구제역으로 인한 매몰 대상 가축 수는 지난 4∼5월 발생한 경기 김포·인천 강화지역 구제역 당시 매몰된 4만9800여 마리를 넘는 5만3250여 마리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농가 25곳의 돼지와 소 1만8000여 마리가 살처분 및 매몰됐고 나머지 농가 119곳의 3만5000여 마리도 살처분될 예정이다.

박봉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정밀검사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이번 주말이 고비”라며 “최초 확진 농가 외에 대부분이 한우농가임을 감안하면 사료 등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576개 공동방제단을 구성해 인근 농장 3만5000여곳 중 3만4000여곳의 소독을 완료했다. 또 일선 시·군 소속 공중수의사와 공무원 390여명을 각 지역 농가로 보내 구제역 의심가축이 없는지 예찰활동을 펴고 있다.

경북 안동의 구제역 확산세가 심상찮다. 지난달 29일 첫 확진 판정이 내려진 돼지농가 주변농장 4곳의 감염이 확인된 후 2일 하루 동안 12건의 구제역 의심신고가 무더기로 접수됐다. 대부분 안동 발생농가 주변지역이지만 40㎞ 이상 떨어진 경북 청송 한우농가도 포함돼 방역당국은 물론 인근 지방자체단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일 “안동의 한우농가 9곳과 돼지농가 1곳, 염소 돼지를 함께 키우는 소규모 농가 1곳 외에 청송의 한우농가 1곳에서도 구제역 의심신고가 추가로 접수됐다”면서 “정밀검사 결과는 3일이 돼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첫 확진 판정 이후 하루 평균 1∼3건씩 나오던 구제역 의심가축 신고가 이날 무더기로 쏟아진 이유는 구제역 잠복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 후 침을 흘리거나 발굽에 물집이 잡히는 등 구체적 증상을 드러내기까지 통상 3∼5일 이상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최초 발생으로부터 잠복기가 끝나는 이번 주말을 전후해 본격적인 구제역 확산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문제는 구제역 의심증상의 확산세다. 지금까지 안동에서 확인된 구제역 농가 6곳은 모두 최초 돼지농장으로부터 10㎞까지인 경계지역 범위 내에 분포해 있었다. 그러나 이날 신고 농장에는 1, 2차 발생농장을 중심으로 설정된 방역망을 뛰어넘는 청송군내 농장(④지점으로부터 북서쪽 42㎞)도 있어 인근 시·군으로의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어서다.

박봉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최초 확진 농가 외에 대부분이 한우농가임을 감안하면 사료 등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구제역 발생에 따른 매몰 가축 수도 5만3250마리로 늘어 지난 4월에 발생한 김포·강화 구제역 당시(4만9800마리)를 넘어섰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