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외환銀과 주거래은행 청산 압박?
입력 2010-12-03 01:26
현대자동차 그룹의 외환은행에 대한 ‘강공’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부르고 있다.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서 예금을 무더기 인출한 데 이어 계열사 임직원의 급여계좌까지 빼고 있다. 사실상 주거래은행 관계를 청산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부 현대건설 채권단에서도 당혹해 하는 시각이 엿보이며 외환은행 인수를 앞둔 하나금융은 주요 고객 이탈로 기업가치가 훼손되지나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의 ‘융단폭격’=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일 외환은행에 예치했던 1조5000억원을 인출한 데 이어 임직원 급여계좌까지 옮기고 나섰다. 급여계좌 이전이 파문을 일으키자 현대차그룹은 각 계열사의 일부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급여계좌를 옮긴 것으로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각 부서별로 감정이 격해지면서 일부 그런 행동이 있었다”고 했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을 옥죄기 위해서 예금을 뺀 데 이어 조직적으로 임직원 급여계좌를 이전하는 것이다. 아예 외환은행과 거래를 끊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현대차그룹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만 자칫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6일까지 재무개선 약정체결을”=현대건설 지분 7.8%를 보유한 정책금융공사의 유재한 사장은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통상적인 거래에 따라 예금을 넣고 뺄 수는 있지만 이번 인수·합병(M&A)에 영향을 주려고 예금 인출을 시도했다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프랑스 나티시스은행에서 조달하기로 한 1조2000억원의 성격을 분명히 밝히라고 현대그룹을 압박해 왔지만 현대차그룹이 예금 인출 등으로 외환은행에 압력을 가하는 데 대한 당혹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은행을 인수할 예정인 하나금융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태가 악화될수록 외환은행의 기업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 KCC,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 현대가라는 핵심 거래처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오는 6일까지 재무약정을 맺어야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달 30일 현대그룹에 보냈다고 2일 밝혔다. 현대그룹 채권단은 외환은행, 산업은행, 농협 등 10여개 금융기관이다. 재무약정은 대기업이 부실계열사 정리, 자산 매각, 부채 감축 등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을 세운 뒤 주채권은행에 이를 약속하는 절차다. 재무약정을 맺으면 현대건설 인수는 한층 어려워진다.
김찬희 최정욱 백민정 기자 chkim@kmib.co.kr